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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려증권 법정관리기각 의미…IMF식 파산처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동서.고려증권에 대한 법원의 법정관리신청 기각결정은 부실금융기관과 한계기업에 대한 정부.IMF의 처리방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재정경제원은 최근 "은행을 제외하고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금융기관은 법정관리나 화의 등 법원을 통한 구제절차보다 과감히 폐쇄하는 쪽으로 유도하겠다" 고 밝힌 바 있다.

또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도 재계 총수들과의 첫 대면에서 "짐이 되는 기업은 조속히 정리돼야 한다" 는 원칙을 강하게 표명했다.

법원의 이번 기각결정은 이러한 정부의지에 맞물려 부실기업이 과거처럼 회사정리절차라는 구제수단에 안주하는 습성을 끊도록 하겠다는 뜻을 내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금융기관의 법정관리는 채권을 동결시킴으로써 신용질서의 근간을 뒤흔든다는 점 때문에 금융계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금융계에선 이번 결정을 법원이 법정관리의 운영틀을 바꾸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사법부는 관련업계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충격을 고려해 대기업의 회사정리절차를 대체로 순순히 용인했던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회사정리기간이 너무 긴데다 회생여부가 불투명한 부실기업을 보호한다는 비판과 함께 최근엔 법정관리.화의 신청이 남발됨으로써 IMF의 요구대로 신속한 업계 구조조정을 추진하는데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한편 이번 기각결정은 당장 금융권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신용이 생명인 금융기관의 속성상 부도와 영업정지를 당한 상황에서 법원을 통한 갱생은 불가능하다" 는 담당재판부의 판단은 현재 영업정지당한 14개 종금사를 포함해 많은 부실금융기관의 운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내년 1월5, 12일로 한달간 영업정지 기간이 각각 끝나는 고려.동서증권도 조만간 영업취소조치와 함께 파산 등의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홍승일.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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