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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가 달콤한 영화 '재키 브라운' 만들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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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94년 '펄프 픽션' 이후 배우, 혹은 시나리오작가로 영화에 참여할 뿐 자신의 다음 작품제작을 뜸들여왔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편신작 '재키 브라운' 이 팬들의 기대 속에 25일 (현지시간) 미국에서 개봉된다.

95년 3명의 다른 젊은 감독들과 옴니버스영화 '포룸' 을 만들었을 뿐 오히려 연기생활과 미녀배우 미라 소르비노와의 데이트 등으로 더 화제를 모았던 타란티노가 3년만에 선택한 작품은 미국의 인기 범죄소설가 엘모드 레너드의 92년작 '럼 펀치' (Rum Punch.국내 번역판 제목은 '마지막 모험' ) . 코믹한 대화와 아이러닉한 상황, 엉뚱한 이야기 전개로 10대의 타란티노를 사로 잡았던 소설로 타란티노가 직접 각색했다.

'재키 브라운' 은 70년대 미국대중문화의 세례를 받으며 성장한 타란티노가 10대때 빠져들었던 스타들과 대중소설, 그리고 팝음악들을 총동원해 만든 작품이어서 개봉전부터 많은 기대와 화제를 모았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주연을 맡은 흑인여배우 팜 그리어. 올해 48세인 그리어는 핫팬티와 디스코 열풍이 미국을 휩쓸던 70년대에 흑인들의 틈새시장을 겨냥한 B급 흑인액션영화의 단골 히로인. 70년대 미국 하위문화의 아이콘 같은 존재다.

타란티노는 오로지 그리어를 캐스팅하기 위해 원작의 주인공을 금발 백인여성에서 흑인여성으로 바꾸었다.

'재키 브라운' 은 간단히 말하면 협잡꾼과 사기꾼들의 세계를 다룬 작품. 항공기 승무원인 재키 브라운은 불법적인 무기거래상인 오델 로비 (사뮤엘 잭슨) 의 밀수를 도와줌으로써 용돈을 보탠다.

이 일이 탄로나자 연방경찰 (마이클 키튼) 이 로비를 잡게 해주는 조건으로 풀어주겠다고 제안한다.

하지만 그녀는 법과 범죄조직두목인 루이스 (로버트 드 니로).그의 애인 멜라니 (브리지트 폰다) 를 상대로 이중사기극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그가 "이번 영화는 조용하고 뭔가 달콤한 것을 다룬 로맨스영화" 라고 설명했듯이 지금까지 만들어온 영화들과는 차이를 보인다.

70년대의 분위기와 정치적.사회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도시액션영화로 '펄프 픽션' 과 달리 이야기구조가 복잡하지 않고 단선적이다.

이남 기자 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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