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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가격파괴' 바람…IMF시대 값내려 살아남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회사원 韓모 (27.여.서울은평구역촌동) 씨는 24일 낮 동료들과 함께 서울마포구신수동 사랑채식당 (주인 金淑姬.41.여)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계산하다 깜짝 놀랐다.

3천5백원하던 김치.된장찌개가 2천8백원으로 내려 있었다.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로 각종 에너지와 공공요금.생필품 가격이 인상러시를 이루는 터라 어리둥절해 하는 韓씨에게 주인 金씨는 "직장인들의 점심 한끼 부담이라도 줄여주고 싶다.

재료도, 정성도 예전과 같으니 많이 이용해 달라" 고 설명했다.

IMF시대를 맞아 식당 등 개인 서비스업소에도 구조조정 바람이 일고 있다.

IMF 한파로 손님들이 줄어들자 가격을 대폭 내리고 일부 고급음식점에서는 값싼 메뉴를 마련하는 등 자구노력에 나선 것이다.

서울노원구상계동 박준 미용실은 이달초부터 '10%를 주머니에 돌려드립니다' 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파마요금 무기한 할인에 나섰다.

서울은평구증산동 A이발소도 이달초 'IMF 구제금융 졸업 때까지' 라는 단서를 달아 어른 9천원.어린이 8천원이던 이발요금을 각각 5천원.4천원으로 인하했다.

증권사의 잇따른 부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울영등포구여의도동 증권가의 일부 음식점들도 7천원짜리 대구탕을 4천원으로 내렸으며, 서울서초구양재동 패밀리레스토랑 케니 로저스도 8천3백원짜리 점심세트 메뉴를 이달초부터 'IMF가격' 인 4천5백원에 제공하고 있다.

또 종전에는 등심.갈비 등만을 취급했던 서울중구서소문동 N가든은 최근 '그린포크' 라는 대중메뉴를 새로 내놓았다.

불황 한파가 더욱 심한 지방에선 고급 음식점과 직능별 사업조합까지 가격파괴에 가세하고 있다.

전북 세탁협회 소속 1천여 업소들은 지난달 28일 양복 한벌 세탁요금을 6천5백원에서 4천원으로 내리는 등 모든 세탁요금을 평균 40% 인하했다.

전주시내 음식점 30여개소도 6천원짜리 돈까스를 3천원, 1만2천원짜리 등심을 1만원으로 내리는 등 음식에 따라 최고 50%까지 인하했으며 숙박.미용협회도 각 업소가 25% 이상 요금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과소비추방운동본부 박찬성 (朴讚星.45) 사무총장은 "서비스업소들의 가격인하 조치에는 고통분담이라는 공생의 지혜가 담겨있다" 며 "IMF 체제 아래서는 모든 경제주체가 이같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 말했다.

홍권삼·서형식·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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