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지도]77.합창단…창단 39년 '한국남성합창단'(2)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내년 창단 40주년을 맞는 한국남성합창단은 국내 최장수 아마추어합창단. 지난 58년 미군 대위 게츠가 상임지휘자를 맡아 창단한 후 김치석.서수준씨를 거쳐 68년부터 유병무 (劉炳武.59.선화예고 음악감독) 씨가 줄곧 지휘봉을 잡고있다.

창단 당시 서울대 문리대.의대.공대에 다니던 서울고.경기고 출신들로 결성된 이 합창단은 이제 단원들의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해지면서 부자 2대가 함께 활동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최의겸 (58).한승 (26) , 김풍명 (56).경민 (27) , 백운기 (59).익현 (27) , 김영식 (51).형래 (23) , 이창영 (56).병준 (25) 부자 등 5개 팀이 그 주인공들. '2세대 단원' 들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합창공연에 갔다가 합창의 꿈을 키워왔다.

한국남성합창단의 현재 단원수는 1백50명. 지금까지 활동중인 창단 멤버는 5명이고 30년 이상 활동하고 있는 단원도 12명이나 된다.

20대에서 60대까지 고른 연령층에다 은행원.의사.교사.건축사.중소기업인.목사.꽃집주인 등 직업도 다양하다.

테너 박인수 (서울대교수).조영수 (부산대교수).바리톤 최현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씨도 단원 출신이다.

이 합창단의 특징은 민주적 운영방식. 모든 기획과 운영을 단원 대표로 구성되는 임원진 (운영회장 金永植) 이 결정한다.

그런 점에서 단장.지휘자가 독단적으로 이끌고 가다가 창단후 몇년 못가서 문을 닫는 일반 합창단과 다르다.

오랜 역사만큼 단원들간의 우정도 깊다.

단원 집안에 결혼식이 있으면 신랑.신부 입장행진곡은 물론 축가까지 합창으로 대신한다.

연습은 서울 압구정동 세실아트홀에서 주1회 (목요일 저녁) 2시간30분씩 하지만 공연 두달전부터는 매주 2~3회로 횟수를 늘려 맹훈련에 돌입한다.

지난 85년부터는 일본 '도쿄 리더타펠 1925' 남성합창단과 2년마다 양국을 오가며 합동무대를 갖고 있다.

한국합창총연합회 이사장을 역임한 유병무씨는 KBS어린이합창단.리틀엔젤스.서울음대 합창단.선화예고합창단 등을 지휘해 온 국내 합창계의 베테랑. 30년간 줄곧 무보수로 한국남성합창단을 이끌어왔다.

그동안의 보람이라면 음악인 말고도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우정을 나누면서 합창단을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내는 자신의 악기' 로 만들었다는 점을 꼽는다.

유씨는 내년에 회갑 이외에도 한국남성합창단 창단 40주년, 지휘 30년의 경사를 맞는다.

내년 11월 4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창단 기념공연에서는 지난 40년간 불렀던 수백곡의 레퍼토리 중 가장 인기가 있었던 곡들로 프로그램을 꾸밀 예정. 전반부는 마드리갈과 성가곡을 무반주 합창 또는 피아노 반주로 부르고 후반부에서는 오케스트라 반주로 오페라에 등장하는 합창곡과 가요.가곡을 들려준다.

02 - 517 - 7071.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