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500만 달러 모른다던 노건호, 증거 내밀면 번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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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건호씨가 17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도착해 굳은 표정으로 차 안에 앉아 있다. 노씨의 검찰 소환은 이번이 네 번째다. [연합뉴스]

 대검 중앙수사부는 17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36)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네 번째다. 검찰은 이날 노씨로부터 박연차(64·구속) 태광실업 회장의 돈 500만 달러를 운용하는 과정에 어느 정도 개입한 사실이 있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검찰의 입장에서는 (노씨에 대한 조사가) 상당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초 500만 달러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던 노씨의 태도가 우리가 제시하는 증거들에 의해 많이 번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노씨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느냐”는 질문에 “아직까지는 참고인…”이라며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노씨가 500만 달러 중 300만 달러를 본인이 대주주인 ‘엘리쉬&파트너스’로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이 돈은 미국에 있는 회사 등을 통해 우회 투자하는 방식으로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오르고스’와 외삼촌 권기문씨가 관련된 회사에 각각 수억원씩 투자된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2007년 12월 만들어진 오르고스는 노씨가 미국 유학 시절 만난 정모씨가 대표로 등재돼 있다. 검찰은 그러나 노씨가 사실상 이 회사의 결정권을 가진 주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홍 기획관은 “팩트를 확인하는 가장 막바지에 와 있다”며 “구체적 내역은 수사와 관련된 것이어서 다 말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2007년 말 강금원(57·구속) 창신섬유 회장이 ㈜봉화에 투자한 70억원 중 일부가 노 전 대통령이나 그 가족들에 의해 불법적으로 사용됐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이 돈 중 2억여원이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67·구속)씨에게 건네진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 회장이 70억원을 투자한 ㈜봉화가 노건평씨 소유의 경남 김해 봉하마을 인근 땅을 10억원에 매입하기로 한 뒤 계약금 조로 2억원을 노건평씨에게 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땅값을 제대로 계산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 회장 측 변호인은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만들기 위해 노건평씨의 땅을 매입한 것으로 위법한 행위는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2006년 9월 정대근(65·구속) 전 농협중앙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회갑 선물로 3만 달러를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권 여사가 정상문 전 비서관으로부터 돈을 전달받았으나, 노 전 대통령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선물을 받았다고 하면 노 전 대통령이 질색하고 나무라면서 당장 돌려보내라고 할 것 같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 권 여사의 설명”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검찰은 강 회장과 박 회장, 정 전 비서관 등 세 명이 2007년 8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3자 회동을 하고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사업 지원 방안을 논의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강 회장이 (주)봉화에 70억원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회사 돈을 불법적으로 빼낸 사실은 있지만, 노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승현·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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