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그 후 1년] 담배 연기에 묻혀버린 '금연마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을 금연.흡연구역으로 나눠 관리토록 하는 국민건강증진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됐지만 제도가 좀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식당 등의 금연.흡연구역 지정이 지지부진하고, 건물 전체가 금연인 학교 등에서 흡연 행위도 여전하다.

실태=지난달 30일 밤 대구시 수성구의 M식당. 술을 마시는 손님들이 저마다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연방 담배를 피워 대 실내엔 연기가 자욱했다. 탁자가 놓인 홀은 흡연구역, 방안은 금연구역이지만 이를 구별하는 손님은 거의 없다. 실내 벽에 붙은 가로.세로 10㎝ 정도의 '금연'이란 마크는 연기 속에 묻혀 버린 듯했다. 종업원은 "방안에선 담배를 피우면 안 되지만 대부분 피우고 있다"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인근 D식당도 마찬가지다. 실내가 금연구역이지만 손님 상당수가 술을 마시며 담배를 피운다. 이 때문에 식당 입구에 마련된 흡연 장소를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식당 주인은 "지금까지 공무원이 단속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흡연이 금지된 경북도청 화장실 등은 아예 이전처럼 흡연장으로 변했다. 학교나 금연 건물에서 공공연히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늘고 있다. 대구 북구의 한 중학생은 "선생님들이 여전히 교무실에서 담배를 피운다"고 말했다.

문제점=식당.PC방 등 업주들의 반발로 정부가 강력하게 법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영업장 면적이 1백50㎡ 이상인 식당은 금연.흡연장소를 칸막이로 나누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이를 설치하지 않고 있다.

담당 공무원들은 "보건복지부가 칸막이 대신 어항이나 화분 등으로 구획할 수 있다고 지침을 내리는 등 법률 해석을 느슨하게 해 금연조항이 힘을 잃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법의 시행을 위한 조례 제정도 지지부진하다. 이 때문에 단속을 제대로 못해 위반 업주나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운 사람을 적발한 사례는 전혀 없다. 경북도의 이순옥 건강증진 담당은 "현실적으로 문제가 적지 않지만 국민 건강을 위해 행정지도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연구역 확대=지난해 7월 1일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이 계도기간을 거쳐 시행됐다. 전체면적 3천㎡ 이상의 사무용 건축물과 영업장 면적이 1백50㎡를 넘는 식당.PC방 등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 등은 금연.흡연구역을 구분해 지정토록 하고 있다. 위반한 업주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도록 했다. 담배를 피운 사람에겐 경범죄 처벌법을 적용, 2만~3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다.

홍권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