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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정 장관, 인사청탁에 정말 개입 안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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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문화관광부 차관이 교수임용 청탁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건은 정동채 신임 문화부 장관과 오지철 차관, 친노(親盧) 성향으로 알려진 인터넷 매체 '서프라이즈' 서영석 대표가 등장인물이다. 여기에 청와대의 늑장 대응까지 겹쳐 현 정부의 국정운영 시스템 부재를 실감케 하고 있다.

먼저 규명돼야 할 것은 정 장관의 개입 여부다. 오 차관은 "정 교수를 만나 '정동채 의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더라'고 말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청와대에 진정서를 낸 성균관대 예술학부 정진수 교수의 진술은 다르다. 정 교수는 "오 차관은 '정 의원이 문화부 내에 정 교수를 잘 아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했고, "서영석씨의 부인 김모씨가 '정 의원을 통해 오 차관에게 부탁했다'고 하더라"고 전하고 있다. 현재 정부 쪽 분위기는 오 차관이 모든 책임을 떠맡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고 한다. 실제 정 장관은 전혀 몰랐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 장관 본인을 위해서라도 정확한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해명차 나온 발언들도 구차하다. 오 차관은 "가볍게 추천한 것일 뿐 인사청탁이 아니었다"고 변명했다. 문화계의 인사와 예산 지원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부처의 차관이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교수를 직접 만나 부탁한 게 어떻게 가벼운 추천이란 말인가. 이는 사실상 압력에 해당한다. 서씨의 태도도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다. 부인이 오 차관에게 인사청탁을 한 건 사실인데도 사과는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보도한 신문에 대한 불만과 변명만 늘어놨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얘긴가.

더욱 한심한 것은 청와대의 태도다. 청와대는 정 교수의 진정서가 접수된 뒤 1주일 가까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두달 전부터 입각이 예고된 정 장관에 대한 주요 제보라면 개각 발표 전까지 검증을 끝냈어야 했다. 직무유기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김선일씨 피랍 살해사건에서 드러난 외교안보 라인 시스템의 문제뿐 아니라 청와대의 대통령 보좌 시스템도 재점검해야 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