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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박빙선거…지난해 이스라엘 1%차 막판역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세계의 선거현장에서는 치열한 접전끝에 간발의 차로 대국을 결정짓는 명승부가 흔히 연출되곤 한다.

비교적 정확한 예측을 해오던 여론조사기관은 이같은 박빙의 승부에서는 무기력해지기 십상이다.

가장 최근에 연출됐던 명승부의 현장은 이스라엘. 직접선거로 총리를 뽑는 지난해 5월말 이스라엘 투표에서 유력 당선자로 거론되던 사람은 당시 총리이자 노동당 후보인 시몬 페레스였다.

페레스는 리쿠르당 베냐민 네타냐후 후보를 3% 정도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개표가 시작된 뒤에도 이같은 간격이 지켜지면서 페레스의 승리가 점쳐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이스라엘은 네타냐후의 세상으로 변해 있었다.

여론조사의 오차가 현실화하면서 믿기 어려운 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네타냐후의 득표율은 50.49%.49.51%를 얻은 페레스를 말 그대로 '간발의 차' 로 따돌렸던 것이다.

지난 48년 미국에서 연출됐던 명승부의 주역은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다.

당시 민주당 후보로 나왔던 해리 트루먼은 공화당의 존 듀이와 처음부터 한 발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백병전을 펼쳤다.

선거 다음날인 11월3일 시카고의 데일리 트리뷴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보 (誤報) 를 남겼다.

트리뷴의 1면기사 제목은 '듀이, 트루먼을 꺾다' 였다.

트리뷴은 동부지역의 개표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당시 리드를 지키던 듀이의 승리를 기사화하고 만 것이다.

다음날 승리를 확정지은 트루먼은 이 데일리 트리뷴을 보란 듯이 펼쳐 보이며 대중앞에 나타났다.

이같은 해프닝은 여론조사기관들이 트루먼의 일방적인 패배를 예측하면서 신문사 편집국진의 오판을 불러 일으켜 발생했다.

60년의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의 대결도 잊을 수 없는 승부였다.

득표율은 케네디가 49.7%로 닉슨을 불과 0.2%의 아주 근소한 차이로 이겼다.

95년 10월 캐나다 퀘벡주의 분리독립안 투표도 반대 50.6%, 찬성 49.4%로 부결됐다.

세기를 달리해 지난 1800년 미국 제퍼슨과 버어 후보의 대결도 73%의 동률을 기록, 재선거에 들어가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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