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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뉴스] 강제노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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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44년 전,
뭍에 나갔던 이웃 형이
다섯살배기 하나를
우리 사는 섬으로
데려왔습디다.

어디서 배곯는 애
데려왔겠거니,
자식 삼아 키우면서
가끔 일도
시키겠거니, 했소.
워낙 먹고살기가
힘든 때였으니 말이오.

심하다 싶을 때가
있긴 했지.
학교를 보낼까
섬 밖 구경을 시킬까
완전히 바보 만들어,
어지간히도
부려먹는다 싶었지.
너무 팬다 싶기도 했고.

어떻게 그 오랜 세월
지켜만 봤느냐고
물으면 할 말 없소만
변명조차
없는 건 아니오.

같은 동네 사는
일가라 해도
결국 남 일 아니오?
나 살기도 벅찬 판에
내 무슨 오지랖으로
상관하겠소.

인간의 존엄성이오?
그런 어려운 말
나는 모르오.

내 자식들 무사하고
나한테 피해만 없다면
남의 인권쯤은
내 알 바 없소.

이런 내가 죄인이라면
죄 없는 당신들
내게 돌을 던지시오.

**다섯살배기 아이를 섬으로 유인해 40여년 동안 강제노동을 시켜온 60대가 이웃 주민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송은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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