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영 불가능한 대학 퇴출 법제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2006년부터 의학 계열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의 교원 한명당 학생 수가 40명을 넘는 대학은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교원에는 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정교수.초빙교수.겸임교수가 포함된다.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1일 제주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전국 대학총장 하계 세미나에 참석해 "행정.재정 지원과 연계해 대학의 과감한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경영이 불가능한 대학의 퇴출 경로도 법제화하겠다"고 말했다. 안 부총리는 "대학이 스스로 통합 등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재정 결손을 보전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원 한명당 학생 수 40명을 초과하는 대학은 전체 4년제 대학(187개)의 46.5%(87개)며, 특히 사립대의 경우 전체 143개 대학 중 절반인 71곳에 달한다.

이들 대학은 앞으로 2년 안에 학생 수를 대폭 줄이거나 교수를 늘려야 한다. 2003년 현재 전체 대학의 교원 한명당 학생 비율(의학 계열 제외)은 34명이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2006년 시작되는 1조원 규모의 포스트 두뇌한국21(BK21)사업을 비롯해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산업자원부 등 정부의 모든 지원 사업에서 혜택을 볼 수 없다.

교육부는 또 국립대의 입학 정원도 점차 축소해 교원 한명당 학생 수를 지난해 31명에서 2009년까지 21명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국립대가 배정된 교원 정원을 3년간 채우지 않은 채 교수 채용을 게을리할 경우 해당 정원을 회수해 타 대학에 주기로 하는 등 강도 높은 학생 수 감축에 나서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 밖에 국립대들이 연합해 중복 학과를 통.폐합할 경우 정원 감축분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특히 사립대들이 스스로 학생 정원과 교수를 교환하며 특정 분야를 키우는 노력을 할 경우에도 재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강홍준 기자

[뉴스 분석] 4년제 대학 절반 해당…구조조정 신호탄

정부가 대학의 군살을 빼기 위해 강도높은 대책을 내놓았다.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돈줄을 죄겠다는 게 골자다. 지금처럼 많은 학생을 모아놓고 질 높은 교육을 할 수 없으니 교원 한명당 학생 수를 40명 이하로 줄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금사정이 넉넉지 않은 대학들은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으려면 학생 수를 대폭 줄이거나 교수를 많이 뽑는 방법밖에 없다. 앞으로 대학들은 이 두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겠지만 상당수는 결국 신입생 정원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교육부의 판단이다.

사립대인 S대를 보자. 교수 한명이 가르치는 평균 학생 수는 46.3명. 교육부 기준에 맞추기 위해선 학생 1300여명을 앞으로 받지 않거나 교수 200여명을 더 뽑아야 한다. 학생 감축에 따른 한해 손해액만 적어도 70억원. 교수를 더 뽑고 이들에게 연구실을 제공하려면 줄잡아 1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어느 하나 쉽지 않은 일이다. 다른 대학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결국 많은 대학은 어쩔 수 없이 학과 통폐합이나 대학 간 연합을 통해 몸집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노력을 게을리하면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는 '두뇌한국21 사업'이나 지방대 지원 사업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연구기반이 무너지고 졸업생의 취업 길이 막히는 결과를 초래한다.

문제는 앞으로 2년 안에 교육부의 기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A대학 관계자는 "갑자기 학생 수를 많이 줄이면 대학 재정은 파탄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학생 수가 줄어들고 인기없는 학부가 축소되는 데 따른 교수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박영식 대교협 총장은 "대학재정을 거의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사립대는 교원을 충원하면 재정 지출이 늘고 학생을 감축하면 재정 수입이 줄어들어 어느 쪽도 선택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실토했다. 시행방안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