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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04] 포르투갈 '오렌지 파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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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 포르투갈의 19세 신예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가 전반 26분 선취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리스본 AP=연합]

1991년 6월 30일: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20세 이하) 우승.

2002년 6월 30일:스콜라리 감독의 브라질, 한.일 월드컵 우승.

2004년 6월 30일:스콜라리 감독의 포르투갈, 유럽축구선수권 결승 진출. (이상 현지시간)

역사적인 날이었다. 포르투갈이 유로 2004 결승에 올랐다. 메이저대회(월드컵.유럽선수권)에서 처음 맛본 경사다. 개최국 포르투갈은 1일 새벽(한국시간) 리스본 조제 알바라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준결승에서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를 2-1로 꺾었다. 포르투갈은 5일 새벽 그리스-체코전의 승자와 결승전을 치른다.

루이스 피구(32.레알 마드리드)에겐 감격의 밤이었다. 그는 이날 승리의 숨은 주역이었고, 이 경기 최우수선수에 뽑히기에 손색이 없었다. 그는 좌우를 가리지 않는 폭발적인 드리블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네덜란드 수비진이 휘청거렸고, 이 틈을 포르투갈 공격진이 놓치지 않았다. 전반 26분 데쿠의 코너킥을 19세의 '작은 호나우두'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가 호쾌한 헤딩 선제골로 연결했다. 전반 41분 오른쪽을 파고든 피구가 수비 한명을 제치며 왼발로 절묘하게 감아찬 볼은 왼쪽 골대를 맞고 튀어나왔다.

후반 13분 호나우두의 짧은 코너킥을 받아 마니셰가 기습 중거리슛을 날렸고, 볼은 골대를 맞고 네트에 감겼다. 포르투갈은 후반 18분 수비수 안드라데가 자책골을 허용했지만 승부와는 관계가 없었다.

경기가 끝난 뒤 피구는 동료 후이 코스타와 오래오래 포옹했다. 꼭 13년 전 피구는 코스타.페르난도 쿠투 등과 함께 세계청소년선수권 우승을 일궈냈다. 이들에겐 '골든 제너레이션(황금 세대)'이라는 칭호가 붙었다. 그러나 이들이 대표팀의 주축으로 뛰는 동안 포르투갈은 매번 결정적인 순간에 눈물을 삼켜야 했다. 유로 2000 준결승에선 프랑스에 페널티킥을 내줘 물러섰고, 2002월드컵 때는 조별 리그에서 미국과 한국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해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황금 세대'가 '황혼 세대'가 된 유로 2004가 마지막 기회였다. 피구는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후반 30분 교체돼 나갔고, 승부차기를 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피구는 언제나처럼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모든 구설을 깨끗이 씻었다.

사상 최초로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스콜라리 감독은 2006 독일월드컵까지 포르투갈 대표팀을 맡기로 결정됐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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