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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 달러 중 일부 노건호 외삼촌 회사로 들어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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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박연차(64·구속)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나온 500만 달러 중 일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처남 권기문(55)씨의 회사에 유입됐다고 16일 밝혔다. 노건호(36)씨 소유 회사인 ‘엘리쉬&파트너스’가 권양숙 여사의 동생 권씨가 대표인 회사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500만 달러 중 약 300만 달러가 엘리쉬&파트너스로 건너갔다. 검찰은 엘리쉬&파트너스가 국내 벤처기업 O사 등 수개 업체에 수억원대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해 왔다.

문재인 전 비서실장(右)이 16일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6시간가량 머문 뒤 김경수 비서관의 배웅을 받으며 사저를 나서고 있다. [김해=송봉근 기자]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엘리쉬&파트너스의 자금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권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가 등장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도 이를 알았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500만 달러를 밑천으로 한 투자사업이 노 전 대통령의 아들과 처남·조카사위가 관여한 ‘패밀리 비즈니스’였다고 보는 것이다. “연철호씨가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투자금일 뿐”이라는 노 전 대통령 측 해명을 검찰이 신뢰하지 않는 근거라고 한다. 검찰은 이날 노씨를 불러 투자 경위를 조사했으며 14일 조사한 권씨도 재소환할 계획이다.

◆검찰서 재연된 3자 회동=중수부는 이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57·구속) 창신섬유 회장도 불렀다. 대전지검에서 구속된 그를 중수부가 직접 조사한 이유는 2007년 8월 이른바 ‘3자 회동’ 때문이다.

당시 강 회장은 박연차 회장, 정상문(63)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서울 S호텔에서 만나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 회장과 박 회장이 50억원씩 100억원을 조성해 대통령 재단을 만들자는 취지의 얘기가 오갔다고 한다. 강 회장은 구속되기 전 언론 인터뷰에서 “박 회장이 ‘홍콩 비자금 500만 달러를 내놓겠다’고 말해 성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강 회장은 ㈜봉화에 70억원을 투자했다. 검찰은 강 회장을 상대로 당시 만남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고, 어떤 결정을 했는지 조사했다. 또 당시 만남이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는지를 조사했다.

검찰은 박 회장이 연철호씨에게 500만 달러를 송금한 것이 3자 회동의 논의 결과에 따른 것인지도 수사하고 있다. 이날 강 회장과 박 회장, 정 전 비서관은 3자 대면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퇴임 이후를 논의한 지 1년8개월여 만에 대검에서 3자 회동이 재연된 셈이다.

검찰은 이날 정대근(65·구속) 전 농협 중앙회장도 불러 조사했다. 정 전 비서관에게 3만 달러 이외에 추가로 수만 달러를 건넨 혐의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검찰에 줄줄이 소환됨에 따라 노 전 대통령도 곧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다음 주 초 공개 소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벤처 투자자’ 꿈꿨던 노건호=노씨는 벤처기업 투자에 높은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7년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 재학 중에도 벤처기업에 투자를 했다. 2007년 6월 MBA 동창인 호모(35)씨가 설립한 다국어 동영상콘텐트 서비스 업체인 G사에 10만여 달러를 투자했다. 노씨는 본지 인터뷰에서 “돈만 있다면 투자하고 싶은 똑똑한 사람이 정말 많았다”고 말했다. 투자회사 엘리쉬&파트너스를 통해 수억원을 투자한 인터넷 서비스업체 O사의 대표 정모(40)씨도 노씨가 2007년 미국에서 만난 벤처사업가다.

벤처기업 투자회사를 세웠던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도 노씨가 벤처 투자자들과 교류하는 자리에 동석하기도 했다. 진 전 장관은 2007년 10월 초 스탠퍼드대를 방문해 노씨와 젊은 벤처기업인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고 한다.

김승현·이진주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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