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시간 이상 실습 … 요리 장인 길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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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의 기술은 물론 원리와 정신도 함께 가르쳐 장인을 기르는 게 교육 목표입니다.”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나카무라 조리제과전문학교 나카무라 데츠(中村哲·56·사진) 교장의 말이다. 이 학교는 오사카의 츠지, 도쿄의 핫토리와 함께 일본 3대 요리 교육기관으로 꼽힌다. 입학정원이 750여 명인 이 학교가 유명한 것은 높은 취업률이다. 지난해 3월 졸업생의 취업률이 조리부문 94.2%, 제과부문 98.5%로 나타났다. 일본 전문학교 평균 취업률 79.7%보다 훨씬 높다.

최근 사업차 서울을 찾은 그에게 비결을 물었다. “하루 3시간 이상 실습을 시켜 실무능력을 충분히 갖추게 한 뒤 내보냅니다. 아울러 요리의 원리와 장인정신을 함께 가르치기 때문에 기능인을 넘어 품격을 갖춘 한 명의 요리사로 길러낸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업계에서 인정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 요리학교를 운영하는 사람은 어떤 인물일까. “요리 학교를 운영하려면 다양한 사회 경험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제 이력서가 좀 깁니다.” 나카무라 교장은 도쿄대에서 재료공학으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1981년부터 5년간 미쓰비시 자동차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가업을 잇기를 바라는 선친의 뜻에 따라 86년 회사를 그만 두고 경쟁교인 츠지조요리학교에서 음식을 공부했다. 그 뒤 여러 레스토랑에서 연구과정을 거치고 니혼대 경영학과까지 마친 뒤 95년 교장을 맡았다. 요리학교를 운영하려면 실무와 경영을 모두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런 그가 올해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다. 30억원을 투자해 9월1일 서울에 일본요리학원 ‘나카무라 코리아’를 개원하는 것이다. 정원 24명의 양과자 과정 2학급, 정통요리 과정 2학급 해서 모두 96명을 5월부터 모집한다. 학급은 전문가와 일반인 과정으로 나뉜다. 본교가 1~2년 과정으로 일식·중식·양식을 모두 다루지만, 서울에서는 6개월 과정으로 일식만 가르친다. 일본인 교사의 강의를 즉석 통역으로 전해듣고 수업과 실습을 진행한다. “일본 요리의 본질을 한국에 알려 정통 일식을 원하는 한국 식도락가의 수요에 부응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본을 충실하게 가르칠 생각입니다. 잘 배우고 수련한 요리사가 만든 음식이 맛도 좋습니다. 일본에서 요리사를 장인으로 존경하는 이유죠.”

그는 왜 한국에 진출하는 것일까. “저희 집안은 49년 할머니 때부터 요리학교를 운영해왔습니다. 제대로 된 일식을 전세계에 알리는 것을 필생의 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가깝고, 일식에 대한 이해가 높기 때문에 한국을 최우선 진출지역으로 삼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 음식과 문화를 좋아한다는 점도 작용했습니다. 이 사업을 위해 한국을 오가면서 폭탄주를 숱하게 마셨습니다.”

한국음식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삼계탕과 순두부, 그리고 비빔밥은 지금 당장에라도 일본은 물론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 것 같습니다. 다만, 숙련된 요리사가 좋은 재료로 제대로 만들어야죠. 요리사 양성은 음식 세계화의 기본입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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