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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갈색 병’ 그리고 ‘물광 파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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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갈색 병에 담긴 에센스 ‘에스티로더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에 비해 150%로 늘었다. 50mL짜리 화장품 하나가 13만5000원이면 고가 화장품에 속하지만 불경기를 이겨내고 엄청난 성과를 보인 셈이다. 놀라운 매출 신장의 일등공신은 ‘애칭 마케팅’이다. 길고 어려운 영어 이름 대신 ‘갈색 병 에센스’라는 쉽고 간단한 애칭을 만든 덕을 톡톡히 본 것. 1982년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이 제품은 해외에서도 ‘갈색 병(브라운 보틀·brown bottle)’으로 통한다.

애칭 마케팅의 성공을 목격한 홍보 담당자들은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고심이 많다. ‘눈물 에센스(크림 형태가 피부에 닿으면 물방울로 변한다)’라 불리는 ‘라네즈 하이드라 솔루션 에센스’ ‘신상 마스카라(‘신상녀’ 서인영이 광고)’로 통칭되는 ‘메이블린 뉴욕 볼륨 익스프레스 마스카라’ ‘물광 파데(물광 효과가 나는 파운데이션)’로 히트한 ‘바비브라운 루미너스 모이스처라이징 파운데이션’ 등이 모두 매체 홍보성 기사에서 애칭 덕분에 간접 광고 효과를 본 상품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인터넷에 활성화된 화장품 동호회도 애칭 붙이기의 통로로 활용되면서 업체 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물론 애칭 마케팅의 핵심은 소비자의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이다. 화장품 홍보 경력 10년의 한 관계자는 “애칭은 짓기도 어렵지만 지키기가 더 어렵다”고 털어놨다. “새로 나온 거의 모든 화장품에 애칭을 붙여 홍보하지만 결국은 소비자의 선택에 제품의 생존 여부가 달렸다”는 게 이유다. 부르기 좋은 애칭보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게 먼저란 얘기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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