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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대마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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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지난해 중국 고비 사막에서 2700년 전에 죽은 남자의 무덤이 발견됐다. 가죽 자루 속에 든 커다란 대마초 뭉치도 함께 있었다. 사람들이 세심하게 잘 골라 넣어준 것이었다. 중국 과학원 연구팀은 당시 사람들도 대마초를 태워서 연기를 맡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고대부터 옷감·밧줄 재료로 사용됐고 환각제로서도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대마초(마리화나) 흡연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식을 줄 모른다.

2007년 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은 대마초가 에이즈바이러스(HIV) 감염자의 만성적인 발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미국 하버드대학 의과대학 연구팀은 폐종양을 축소시키고, 폐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대마초를 피우면 정신분열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환각을 일으키는 THC(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 성분이 염증·통증·불안을 가라앉히지만 시간과 공간 지각능력, 시각·청각을 떨어뜨린다. 대마초는 담배 다섯 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폐에 해롭다. 필터를 사용하지 않는 데다 연기를 훨씬 깊이 빨아들이고 더 오랫동안 참았다가 내뿜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환각·환청 상태에서 강력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도 커진다.

지난해 7월부터 네덜란드의 레스토랑·카페·술집 같은 공공장소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됐지만 허가받은 카페에서는 여전히 대마초를 피울 수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진통제로 사용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거세다. 캘리포니아주 등 미국 12개 주에서도 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지난해 로스앤젤레스에는 대마초 자동판매기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법에서는 대마초의 소유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국경 경비를 강화하자 멕시코 마약조직은 미국 내 국립공원에서 대마를 대량 재배했고, 결국 마약단속국에 적발됐다. 올 들어 국내에서도 아파트나 사무실에서 대마를 몰래 재배하던 사람들이 검거됐다. 밝은 태양 아래에서는 잘 자라는 식물이지만 남몰래 실내에서 재배하기란 간단하지 않다. 빛을 주고 적당한 온도·습도를 맞추기 위해 상당한 장치를 갖춰야 했다. 전기요금도 적지 않게 들어간 모양이다. 멸종위기 식물을 기르는 것 같은 정성이 들어갔을 터이다.

일부에서는 대마가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하고, 대마씨 기름은 바이오디젤로, 줄기는 친환경 섬유 재료로 쓸 수 있으니 적극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THC 성분이 없는 대마 품종을 널리 심어 지구를 구하자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대마초로 환각 파티를 벌이겠다는 사람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

강찬수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