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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부 학생들이 설 곳은 어디인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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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에 역사적으로 개원되어 교육을 시작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학생이나 교수들 모두 희망찬 내일을 바라보며 대학마다 수십 억원씩 투자한 최신식 시설에서 교육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기존 법학부생(법과대학생)들의 마음은 차갑고 어둡기만 하다.

20개 대학에 로스쿨이 인가되었고, 로스쿨이 인가된 대학의 법학부는 2012년 3월에 이르면 종국적으로 폐지되게 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로스쿨이 인가된 대학들은 강의실, 자치공간 등 물적 시설이나 사물함 등을 로스쿨 학생들에게 우선 배정하는가 하면, 유능한 기존 전임교수의 강의를 로스쿨 수업에 우선 배정하여 기존 학부생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기존의 낡은 사물함을 치우고 최신형 사물함 338개를 도입하면서 로스쿨 학생들에게 우선 배정을 실시하기로 방침을 정하여 기존의 학부생들이나 일반 대학원생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로스쿨 학생들에게 150개를 우선적으로 배정하고, 나머지를 학부생과 일반대학원생들에게 배분하기로 한 것. 로스쿨 학생은 150명이나, 기존의 학부생들은 재학생만 1000여명에 이른다. 올해는 로스쿨이 개원한 해여서 150개만 우선 배정 되었으나, 내년에는 300개의 사물함이 로스쿨 학생들에게 우선 배정될 예정이다.

고려대학교의 경우는 로스쿨 학생들에게는 큰 사이즈의 사물함을 배정하고, 기존 학부생들에게는 낡고 작은 사물함을 배정하여 논란거리가 된 바 있다.

영남대학교는 작년과 비교하여 볼 때 법학부생들의 전공 강좌가 무려 10개나 줄어들었다. 국제인권법연구, 토지공법, 세법총론 등 학부생들을 위한 강좌가 폐지된 것이다. 법학부 학생 김아무개(21·3년)씨는 “이달초 22학점을 신청하려고 했지만 강좌가 모자라 겨우 15학점만 신청했다”며 “로스쿨 재학생이 늘어나는 내년에는 학부 전공강좌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걱정했다.

다른 로스쿨이 인가된 대학들의 경우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로스쿨에 인가된 대학들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S대학 로스쿨 관계자는 “로스쿨 학생들은 학부생들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학교를 다니는 데다, 내후년에 로스쿨 졸업생들을 상대로 실시될 예정인 변호사시험에서의 합격률이 로스쿨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한정된 자원을 로스쿨에 우선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로스쿨 인가 대학의 법과대학이 폐지되는 2012년 3월 이후에는 기존의 법학부생들에게 “법학사”학위가 수여되지 않는다고 알려지면서 학부생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2012년 3월부터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침에 의하여 로스쿨이 인가된 대학은 “법과대학” 조직이나 명칭을 유지할 수 없고, 기존의 법학과는 사회과학대학 기타 다른 단과대학으로 옮겨가거나 소속 단과대학이 없는 무소속 학과가 된다는 것.

연세대학교는 기존의 법학부생들에게 2012년 이전에 모두 졸업하지 않으면 법학사 학위가 수여되지 않을 수 있다고 공지하여 학생들과의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법학부생 박모씨는 “이런 경우 무엇보다 건강이나 일신상의 문제로 휴학을 할 수 밖에 없는 학부생이나, 현재 군대에 가있는 법학부생들은 그야말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학교측은 학생들이 모두 졸업할 때 까지 법과대학을 유지한다는 공식적인 발표를 할 필요가 있다” 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대학들도 학생들의 학위 관련 문의에 “설마 그런 일이 있겠나” 또는 “어떻게든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답변은 하지만, 막상 법과대학이 없어지면 법학사 학위 수여권자인 법과대학장이 없는 관계로 대학 입장에서는 법학사 학위를 수여하기가 곤란한 것이 사실이다.

한편, 기존 법과대학 학생회들은 서로 목소리를 모으고자 연석회의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박경선 서울지역 법과대학 연석회의 의장(21세.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2)은 “로스쿨 유치 활동에 있어서 기존 법학부생들이 낸 등록금이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기존 법학부 동문들의 사회적 진출도 등도 로스쿨 인가에 기여한 만큼, 학부생들에게도 적절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학교 측의 관심을 촉구했다.

도움말: 서울지역 법과대학 학생회 연석회의

<본 자료는 정보제공을 위한 보도자료입니다.>

조인스닷컴(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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