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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중앙시조대상]대상·신인상 심사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시조의 한 해를 마감하고 결산하는 중앙시조대상의 대상과 신인상은 그동안 해마다 시조의 키를 한 치씩 높여가는데 지렛대 역할을 해왔다.

올해에도 시조는 역량 있는 중견들과 신인들에 의해 발빠른 진경 (進境) 을 보이고 있어 예심이나 본심이나 작품을 고르는데 더욱 눈을 크게 떠야했다.

대상 수상작인 김원각씨의 '일산 (一山)에서' 는 어제도 내일도 아닌 바로 오늘 힘없는 가장 (家長) 이 내 집 한 칸을 일궈내고 이사를 한 작은 행복을 넘치고 모자람이 없이 반듯하게 깎아낸 작품이다.

간접체험이나 추상성의 시들이 갖는 공허함을 벗어나서 반딧불같은 소망 하나를 붙잡고 잔잔하게 끌어가는 '一山에서' 의 물줄기가 가슴에 자꾸 파도소리를 내며 젖어오는 것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널리 읽혀 가뜩이나 추운 이 겨울을 이겨내는 온기로 남겨 두고 싶다.

신인상 수상작인 고정국씨의 '마라도 (馬羅島) 노을' 은 백두대간의 최남단에 일으켜 세운 섬 마라도에 가서 섬과 화자 (話者)가 내면의 길을 열어가는 시이다.

'섬보다 더 늙은 어부 질긴 심줄이 풀렸는 갑다' 에서 고단한 삶을 시작으로 '까맣게 타버린 섬이 다시 촛대를 일으킨다' 로 다시 혼불을 뿜는 의지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안으로 식히는 언어들이 남해의 어족들처럼 살아서 꿈틀거린다.

끝으로 대상과 신인상에 각각 7편 (7인) 의 시조가 본심에서 마지막까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치열한 경쟁을 했었음을 밝힌다.

〈심사위원 : 박철희.이근배.이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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