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eek& Leisure] 아버지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기억하세요? 아마,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였을 거예요. 여름 방학 때 시골 고모댁에 놀러 갔잖아요.

그때 냇가로 고기 잡으러 갔을 때, 손바닥 위에 놓인 게 거머리인 줄도 모르고 제가 "고기 잡았다"며 좋아하다 피를 빨려 울고불고 했던 일, 기억하세요? 사촌형들이랑 참외 서리하다 걸려 아버지가 대신 과수원 할아버지한테 혼나기도 했는데….

그 일, 기억하세요? 저는 생생히 기억합니다. 벌써 서른해 가까이 지났지만 엊그제 일 같습니다. 언젠가 밤 늦은 시간이었을 거예요. 어딘가에서 돌아오는 길.

저는 당신의 자전거 뒷자리에 있었습니다. 당신의 그 믿음직했던 등에 착 달라붙어 있던 저는 그때 처음 아버지의 체취를 알았습니다. 머리 위로는 여름 밤을 환히 밝힌 보름달이 우리 자전거를 졸졸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그 일을, 그 순간을 저는 잊지 못합니다. 여행은 추억인 듯합니다.

그닥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겠지요. 서로 함께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테니까요. 이번에 미리미리 준비하는 바캉스 마지막편을 가족 체험여행으로 잡은 건 그 옛날 한 여름밤의 기억이 아직도 새롭기 때문입니다. 여태 아버지의 체온을 간직하기 때문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