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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Movie TV] 500대 1 뚫은 '대학생 뽀미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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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면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엄마가 안아줘도 뽀뽀~뽀…."('뽀뽀뽀' 주제가)

20대에서 30대 초반이라면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릴 것이다. 1981년 5월 첫 방송을 내보낸 '뽀뽀뽀'는 한때 어린이 프로그램의 대명사로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아침 등교시간에 '뽀뽀뽀'를 보다 학교에 늦는 아이들이 많아 문제라고 할 정도였다. 90년대 들어 다른 어린이 프로그램이 잇따라 생기면서 '뽀뽀뽀'의 인기도 시들해졌지만 6300회가 넘도록 이어온 저력은 무시 못한다. '뽀뽀뽀'에서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라면 뭐니뭐니 해도 '뽀미 언니'다. 초대 왕영은을 비롯해 길은정(2대).최유라(6대).김혜영(10대) 등 당대의 스타들이 뽀미 언니를 거쳐갔다. 최근에는 20대 뽀미 언니를 배출했다. 공개 오디션에서 500대 1의 경쟁을 뚫고 뽀미 언니가 된 김동희(22)가 그 주인공이다. 뽀미 언니를 유명 연예인이나 아나운서 중에서 지명하지 않고 공개 오디션으로 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릴 때 꿈이 뽀미 언니였지만 정말 꿈이 이루어질 줄은 몰랐어요. 친한 선배가 알려줘 오디션에 나갔지만 별로 기대하지는 않았죠. 키도 작고 얼굴도 예쁜 편이 아니거든요. 뽑히고 나서도 실감이 안나 제작진에게 '상견례만 하고 바뀌는 건 아니죠'하고 물어봤을 정도예요."

공개 오디션에서 경쟁은 치열했다. 20명이 올라온 2차 시험에서 동점자가 나와 3차까지 경합을 벌였다. 3차 시험과제는 김밥을 얼마나 알기쉽게 표현하느냐였다. 여기서 심사위원 이름 뒤에 어린이라는 말을 붙이며 "소풍하면 뭐가 생각나요"하고 질문을 던진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예를 들면 '동철 어린이'하고 심사위원 이름을 부른 것이 당차고 재치있게 보인 것 같아요. 아이들은 대화하는 것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시험이 끝난 뒤에는 될 것 같다는 희망을 갖게 됐어요."

시청자들은 김동희라는 이름이 상당히 낯설 것이다. 그녀는 현재 중앙대 연극학과에 다니는 '보통 대학생'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연예활동을 전혀 안한 것은 아니지만 두드러진 활약은 없었다. CF를 제외하면 2001년 방영된 코미디 프로그램 '오늘 밤 좋은 밤'(MBC)에서 단역으로 고정 출연한 것이 방송 경력의 전부였다.

"중학교 1학년 때 우연한 기회에 화장품 광고에 나갔죠. 아이스크림.라면 광고에도 출연했어요. 그러나 고교에 올라가면서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활동을 자제했어요. 처음엔 멋모르고 시작했지만 이왕 연기자의 길을 걸으려면 제대로 공부해야 된다는 생각이었죠. 반짝 스타가 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사실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얼마나 유명한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대신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얼마나 재미있게 진행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동안 '뽀뽀뽀'는 다소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평을 들어 왔다. 아이들에게 대본을 쥐어주며 연기를 시키고, 주입식으로 가르치려 들었던 것이 원인이었다. 그래서 '뽀뽀뽀' 제작진은 새 뽀미 언니 등장을 계기로 프로그램 형식을 자유로운 놀이 위주로 대폭 뜯어고쳤다. 유아 출연자들을 공개 모집으로 선발하고, '안녕 아저씨''쪽쪽이''훌쩍이' 등 새로운 캐릭터도 선보였다.

"선생님 같은 진행자 말고 아이들에게 친구처럼 다가서는 뽀미 언니가 되고 싶어요.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데리고 대본도 없이 진행하려니 힘들지만 '뽀뽀뽀'가 재미있어졌다는 얘기를 들으면 힘이 나요."

지금은 뽀미 언니지만 장래 희망은 연기자라고 했다. "물론 현재는 뽀미 언니에 충실해야죠. 그러나 연극학도니까 장래에는 연기를 꼭 해보고 싶어요. 방송이든 연극판이든 다양한 배역을 두루 해보는 것이 소원이에요."

닮고 싶은 선배 연기자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전혀 망설임없이 "유인촌 교수"라는 대답이 나왔다. "우리 학과 교수님인데 1학년부터 열렬한 팬이에요. 50이 넘은 나이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은 정말 대단해요. 그 열정을 본받고 싶어요."

글=주정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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