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학력 높을수록 자녀 사교육비 더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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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사교육비를 많이 쓰는 가정의 특징은 뭘까. 한국은행이 15일 내놓은 ‘가계의 재무구조와 사교육비 지출 행태’에 따르면 어머니의 교육 수준이 높고 가계의 재무 상황이 좋으며 대도시에 살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많았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시점을 놓고 비교해 보면 다른 분석 결과가 나온다.

2004년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966가구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자산이 많고 부채가 적을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많았다. 또 어머니 학력이 대졸인 경우가 고졸인 가계보다 사교육비 지출이 많았다. 그러나 자녀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된 2006년 동일한 가구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빚이 많다고 해서 자녀의 사교육비를 줄이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3 때는 자산이 1억원 더 많을수록 사교육비 지출은 월 1만8000원이 늘었지만 고2 때는 1만2000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학입시를 앞둔 고2 때는 가계의 재무상태가 사교육비 지출을 크게 좌우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형편이 어려워도 자녀를 위해 사교육비를 쓴다는 것이다.

반면 어머니의 학력 수준과 거주 지역은 중3 때보다 사교육비 지출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고2 때 대졸 어머니는 고졸 어머니보다 사교육비 지출이 월평균 23만원 더 많았다. 중3 때는 학력에 따른 격차가 월 7만6000원에 그쳤다. 또 같은 저소득층이라도 어머니의 교육 수준이 높은 곳은 사교육비 지출이 많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찬영 한은 경제제도연구실 과장은 “대학입시를 앞둔 시기엔 학력 높은 어머니가 전보다 적극적으로 사교육비를 쓰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초·중·고생 10명 중 약 8명이 사교육을 받고 있었다. 사교육에 투자되는 시간은 주당 7.6시간이었고 사교육비는 월평균 31만원에 달했다. 가계의 전체 교육비에서 사교육비 차지 비중은 2003년 57.4%에서 지난해 63.3%로 확대됐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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