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산업 키우는 학교기업 1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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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청도군에 있는 ㈜한방명가는 샴푸 하나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05년 말 한방 샴푸 ‘생머리’를 출시한 이후 지난해 매출 1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홈쇼핑 판매 등을 통해 70억원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기린허브테크가 연구·개발한 제품을 직원과 학생들이 보여 주고 있다. 앉은 사람중 왼쪽이 변창훈 학교기업단장. [대구한의대 제공]


한방명가는 전 직원이 8명인 미니 회사다. 하지만 제품 개발 인력만큼은 대구한의대와 손잡아 양과 질에서 국내 어떤 화장품 회사에 못지 않다. 대구한의대에 몸담고 있는 피부과학·유전공학·한의학·화장품약리학 분야 교수 등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한방명가 장병수(65) 대표는 “한방 샴푸가 현재 80여 종이 국내에 나와 있지만 제품의 신뢰도는 우리가 단연 앞선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한의대가 제품 개발에 참여한 화장품이라는 것.

장 대표는 해마다 늘어나는 탈모 환자에 주목, 2005년 한방화장품 분야 학교기업을 두고 있는 대구한의대를 찾아가 탈모 예방용 샴푸 개발을 의뢰했었다. 대학 측은 당시 비슷한 연구를 하던 터라 기술을 이전했고 산업화로 이어졌다.

◆화장품에 뛰어든 학교기업 1호=경산시 유곡동 대구한의대 캠퍼스에는 한방화장품 공장이 들어서 있다. 국내 학교기업 1호인 기린허브테크의 생산 라인이다. 7일 이곳에서는 서울 이지함피부과와 공동 개발한 여드름 치료용 화장품이 생산되고 있었다. 동결건조기라는 고가의 설비도 보였다. 여직원들은 포장 등으로 바빴다. 생산 라인에는 직원 이외에 이 대학의 아르바이트생도 있다.

화장품약리학과 4학년 양우영(27)씨는 수업이 없는 월·금요일 하루 8시간씩 여기서 일하고 한달에 30만원을 받는다. 양씨는 “화장품 원료를 자주 보고 만지면서 이론과 실제를 겸하는 이점이 있다”며 “연구원이나 품질관리 분야 취업을 준비 중인데 좋은 밑천이 될 것같다”고 말했다.

기린허브테크는 이 대학 바이오센터에 자리잡고 있다. 사무실에는 그동안 개발해 시판한 화장품이 진열돼 있다. ‘매향’과 ‘소월의 시’ 그리고 현재 판매 중인 ‘자안(慈顔)’ 등이다. 대구한의대는 2004년 학교기업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그해 처음 설립됐다. 한의대라는 전문성을 살려 10년 뒤 천연물 신약을 개발하자는 게 목표였다.

◆대학·지역사회의 상생=학교기업의 첫 사업은 기능성 한방화장품 개발이었다. 대구약령시와 경북의 한약재 등 지역 여건을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지역의 화장품 회사가 기술 개발을 요청하면 연구와 임상실험 등을 거쳐 기술을 이전하는 방식이다.

변창훈(44) 학교기업단장은 “동백꽃 기름 추출 기술 등이 개발되고 한방화장품 바람이 불면서 지역 화장품 회사는 20여 곳에서 그 사이 60여 곳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기린허브테크는 지난해 자체 브랜드 자안 판매와 기술이전료 등으로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10억원은 연구개발에 재투자되고 장학금으로도 지급됐다.

기린허브테크 김종문(44) 기획예산팀장은 “학교기업이 궤도에 오르면서 관련 학과는 새로 생긴 기업 등으로 취업이 연결되고 입학 경쟁률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목표는 매출액 50억원. 학교기업이 대학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한방산업을 발전시키는 밑거름 역할을 하고 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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