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국회 통과 ‘안개 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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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정부가 지난달 16일 당정 협의를 거쳐 발표했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방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15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당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의총에서 발언한 10명 가운데 찬반이 5대 5였다”며 “서울 강남·송파 지역 의원들이 찬성 입장을 밝힌 반면 경기 지역 소장파 의원들은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다음 주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안이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무엇보다 당 지도부가 극심한 혼선을 빚고 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양도세 중과 폐지에 적극적인 반면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최근 “정부 측에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특히 정부 발표에 따라 다주택 양도 때도 6~35%의 일반과세가 될 줄 알고 부동산을 매매했던 국민은 재산상 손해를 볼까 걱정하고 있다.

세법이 정부 발표대로 개정되지 않으면 주택을 거래한 다주택자들은 45%의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계약금만 주고받고 아직 잔금 청산을 마치지 않았다면 거래를 되돌릴 수 있지만, 이 경우 통상 부동산 가액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손해 보게 된다. 정부는 지난달 대책 발표 때 4월 국회에서 세법을 개정하고, 완화된 양도세를 3월 16일 이후 거래분부터 소급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최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값이 급등하는 등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지지했던 당내 분위기가 꺾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핵심 관계자는 “양도세 중과는 부동산 거래를 가로막고 있어 시급히 폐지해야 할 제도인데 국회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상렬·선승혜 기자

Q: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도 않았는데 정부가 완화된 양도세를 소급 적용하겠다고까지 발표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지난달 당정 협의 때는 국회 통과가 무난할 걸로 봤다. 그땐 한나라당 측에서 오히려 빨리 처리하자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윤영선 재정부 세제실장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경우는 가정해 보지 않았다"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조짐을 보이자 한나라당 의원들의 생각이 달라진 것이다. 특히 경기도가 지역구인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다시 조율을 거쳐 다음주 중 최종 결론을 낼 방침이다. 만일 '없었던 일'로 된다면 정부의 방침을 믿고 부동산 거래를 한 사람들은 또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다. 계약금을 손해보고 해약을 하든지 나중에 팔 때 현행대로 많은 양도세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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