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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 벤처기업 잇단 조업 중단…신용장 개설 안되고 자금줄 막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국내 은행의 대외신용도 추락으로 신용장 개설은 물론 수출입환어음 업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수출을 전혀 못하고 있어요. ”

첨단기기인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 를 유럽에 수출, 지난해 2백억원이 넘는 수출실적을 올린 벤처기업 ㈜거인의 기획관리부 박철 (朴澈.36) 차장은 요즘 '국제통화기금 (IMF ) 한파' 로 인해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89년 설립 이후 매년 1백% 이상 성장해온 회사가 지난달 말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이후 전혀 수출하지 못해 올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35% 정도 감소한 1백3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朴차장은 "수출이 막힌 현재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금확보가 가장 큰 문제지만 융통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기술만 있으면 자금을 서로 지원해주겠다고 했던 상황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 고 했다.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으로 각광받던 벤처업계가 IMF시대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으로 고사 (枯死) 위기를 맞고 있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협회 회원사 2천5백여개 업체중 85% 이상이 공장가동을 중단할 만큼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내수를 주요 시장으로 삼고 있는 업체도 마찬가지. 통신네트워크 장비와 소프트웨어.자동제어장치 등 첨단기술을 이용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한아시스템은 당초 올 매출 목표액을 1백20억원으로 잡았으나 실제 75억원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환율 급상승으로 인해 네트워크 장비 등의 부품 수입비용이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협회 이부호 (李富浩.41) 부장은 "금융시장이 빠른 시일안에 정상화되지 못하면 국내 벤처기업 상당수가 쓰러지게 될 것" 이라고 우려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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