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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즐겁게]아구요리…못생긴 잡어 먹어보니 일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어린시절에는 말할 것 없이 술맛을 알게 된 청.장년시절에도 아구맛을 본 일이 없다.

하지만 이는 나에 한한 일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아구가 맛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채, 그리고 아구에 어떠한 휘귀한 영양가가 있는지도 모르는 채, 옛날에는 어부들이 아구가 잘못 걸려들면 재수가 없다고 다시 바다에 내버렸던 것이다.

이를 보고 안타까워한 것이 생선요리에 관한 한 우리보다 한 발 앞섰다 할 일본인들인 것이다.

5.16후, 마산이 무역자유항이 되어 일본인들이 이 고장에 몰려들게 되면서 아구의 진미를 우리에게 일깨워 주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아구의 맛에 익숙해진 것은 불과 40년 안짝의 일인 것이다.

내가 아구를 처음 먹어 본 것은 어쩔 수 없이 일본인들이 아구의 진미를 우리에게 일깨워준 이후의 일이 된다.

이제 막 식도락기행을 시작한 초기 무렵인 30년쯤전, 아구의 본바닥이라 할 마산에서였다.

그 시절만 해도 생선이 흔해서 아구정도는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어부들이 아구를 잡아와도 비료감으로나 쓸 정도였다.

그러다가 생선이 점점 귀해지고, 조리법이 개발되면서 이를 맛으로 치게 된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아구의 맛을 알게 되어 찾는 이가 많아져 희귀어종이 되다시피 하였지만, 아구를 마산의 명물로 만든 원조집이 내가 처음으로 아구를 시식했던 '오동동초가할매집' 이다.

아구는 찜.수육.탕등 여러 가지 요리를 만들어 먹는데 이를 맛으로 개발한 원조라 할 것이며, 현재 2대에 걸쳐 영업을 하고 있다.

아구를 날씨 좋은날 교외의 맑은 공기에서 보름쯤 잘 말린 것을, 맛이 좋은 토장과 매운 고추가루를 풀고 콩나물을 넣어 역시 그 고장의 명물인 미더덕을 넣고 범벅해서 찐 것이 얼큰하고 매워 우리식성에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이처럼 아구의 맛에 현혹된 듯 표현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 맛에 길이 들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맵기만해서 고기맛도 몰랐고, 주로 콩나물과 미더덕이나 골라 오도독 오도독 씹어 먹는 것이 고작이었다.

가난한 시절 우리들은 육류를 제쳐놓고 아구를 취하곤 했다.

맛을 알고 취했던 것이라기보다 값이 싸서 찾았던 것이다.

아구가 쇠고기값보다 비싸진 지금와서 보면 그야말로 금석지감 (今昔之感) 이 있다 할 것이지만, 서넛이 둘러 앉아 아구찜 한접시로 거뜬히 소주 몇 병을 비울 수 있었다.

아구의 아구다운 참맛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대중화시켜준 집은 부산남구망미동에 있는 '옥미아구찜' 이라 할 것이다.

마산지방에서는 아구를 꾸덕꾸덕하게 말려서 쓰지만, 이 집에서는 찜이나 탕도 맛이 떨어지는 수입종은 전혀 쓰지 않으며, 오직 연해에서 잡히는 생아구에 새우와 각종 어패류.들깨를 비롯한 갖은 양념 20여 가지를 첨가하여 이 집만의 독특한 맛을 내고 있다.

우리에게 아구의 맛을 일깨워준 일본인들이 아구는 뼈 이외에 버릴 것이 없다고 해서 '아구의 일곱가지 도구' 라 한, 살과 간.위.아가미.지느러미.난소 등의 희귀한 맛을 두루 맛 볼수 있는 집이 이 집 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식성에 맞는 아구요리로 수준급 이상의 맛을 내는 전국의 아구요리전문점은 일람표와 같다.

<백파 홍성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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