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프로야구] 양준혁, 340호 … 가장 많이 넘긴 사나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8면

 ‘기록의 사나이’ 삼성 양준혁(40·사진)이 마침내 홈런 부문에서도 1인자의 자리에 우뚝 올라섰다.

양준혁은 1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09 프로야구 한화와의 홈경기에서 1회 솔로 홈런을 날려 장종훈(옛 한화)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 통산 최다 홈런(340개)과 타이를 이뤘다. 1993년 프로 데뷔 후 17시즌, 1997경기 만에 세운 대기록이다. 지난해 9월 4일 대구 KIA전에서 339호를 날린 뒤 24경기 동안 대포가 침묵했던 양준혁은 이날 볼카운트 2-2에서 상대 선발 안영명의 몸 쪽 낮은 직구(시속 140㎞)를 힘껏 잡아당겨 비거리 120m의 우월 아치를 그렸다. 안타·타점·득점 등 각종 통산 타격 기록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양준혁은 이제 홈런 신기록에 단 한 개만을 남겨 명실상부한 한국 프로야구 최고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완벽한 자기 관리=양준혁이 불혹이 넘는 나이에도 꾸준한 활약을 펼치는 것은 무엇보다 철저한 자기 관리 덕분이다. 요즘도 틈날 때마다 대구의 미군 부대를 찾아 스테이크를 먹고 트레이닝 코치와 식단을 상의하는 등 음식에서부터 프로 의식이 투철하다. 담배는 피우지 않고, 술도 많이 마시지 않는다. 양준혁은 “술을 마시되 연달아 자주 먹지는 않는다. 슬럼프 때는 술이 기분 전환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시즌 중에는 한 달에 한두 번 술자리를 갖는다. 주량은 폭탄주 4~5잔 정도다. 러닝 등 기초적인 체력 훈련을 중시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2인자 설움은 이제 그만=양준혁은 2007년 말 제일화재 프로야구 대상을 받은 후 “그동안 2인자였는데 이제 처음으로 1인자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화려한 기록을 보유한 양준혁이지만 마음속에는 ‘2인자’라는 남모를 그늘이 있었다.

데뷔 초기에는 입단 동기 이종범(KIA)에게 밀렸다. 99년 해태로 트레이드된 양준혁은 2000년에는 프로야구선수협회 창설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이유로 ‘괘씸죄’에 걸려 LG로 다시 팀을 옮기는 아픔도 겪었다.

2002년 삼성으로 돌아오자 이승엽(요미우리)이 간판 스타로 버티고 있었다. 그해 삼성이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때도 이승엽과 마해영의 홈런포에 가려졌다. 양준혁은 아직 정규시즌이나 한국시리즈 MVP와는 한번도 인연을 맺지 못했다. 정규시즌에선 홈런 2위(93·96·97년)만 세 번이었던 양준혁은 “한번도 홈런왕에 오르지 못했다. 그런데도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 나 스스로도 자랑스럽다”며 “하지만 빨리 신기록을 세워야 마음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삼성은 5-7로 역전패했다.

한용섭 기자, 대구=하남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