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금연 늦어도 효과 있다…폐암치료후 담배 끊으면 재발율 흡연자 절반수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백해무익한 것이 흡연. 그렇지만 일단 담배피우는데 길들여진 이들에게는 금연처럼 어려운 일이 없다.

최근 외신은 금연에 관한 두가지 새로운 소식을 전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첫째 소식은 금연에 마감시간은 없다는 미국립암연구소 (NCI) 의 연구결과. NCI 종양유전역학부 마가렛 터커박사는 최근 금연은 아무리 늦어도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발표했다.

터커박사가 연구대상으로 삼은 이들은 조기진단에 성공해 수술이나 항암제 치료를 받고 살아난 폐암 생존자들 6백 11명. 이들중 계속 담배를 피울 경우 폐암 재발율이 얼마나 상승하는지 눈여겨봤다.

그 결과 흡연자의 경우 일반인의 폐암발생률에 비해 21배나 높게 나타난 반면 금연하면 13배로 늘어나는데 그쳐 폐암발생률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일반인과 비교할때 담배로 가장 극심한 건강피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는 폐암생존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즉 수십년간 흡연으로 폐암등 폐에 이미 손상을 받을대로 받았다 하더라도 금연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임이 입증된 셈. 지금까지 애연가들 사이엔 수십년이상 흡연할 경우 금연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통설이 전해 내려져 왔으나 결국 사실무근으로 판명되고 만 것이다.

금연시 애연가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불만은 갑자기 가래와 기침이 심해지는 증상. 이때문에 오히려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담배연기로 오랫동안 손상된 기관지 점막이 섬모운동을 통해 유해물질을 체외로 배출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라는 것. 금연후 서너달이 지나면 현저한 폐기능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암학회 이사장인 재미과학자 홍완기박사 (MD앤더슨암센터) 는 이번 연구의 의미를 "어떤 상황에서든 금연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입증한 것" 이라고 강조했다.

두번째 소식은 가장 확실하고 경제적인 금연책은 다름아닌 의사의 금연권고라는 것. 미국의학협회지는 최근 미위스콘신대 마이클 피올박사의 연구결과를 인용, 피부에 붙이는 니코틴 패치를 비롯한 현행 15가지 금연방법을 비용 - 효과면에서 분석한 결과, 흡연자에 대한 의사의 금연권유가 가장 효과가 높은 반면 비용은 적게 든다고 발표했다.

피올박사는 현재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흡연자에 대한 미국의사들의 금연권유비율이 75% 수준까지 올라가면 연간 6백 30만달러의 진찰비용만으로 1백 70만여명에게서 금연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의사의 말 한마디로 유방암 조기검진을 위한 유방엑스선 촬영검사의 20배, 심장병 예방을 위한 고 (高) 콜레스테롤 치료의 40배나 되는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 물론 본격적인 금연상담일수록 효과가 컸지만 단순히 흡연의 폐해를 경고하고 금연을 권유하는 3분 이내의 코멘트도 도움이 되었다는 것. 현재 미국에선 매년 42만명이 폐암을 비롯한 흡연관련질환으로 사망하고 있으나 금연을 위해 의사의 상담을 따로 받는 흡연자는 불과 5%다.

세계최대흡연국가로 알려진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금연시도가 의사의 도움없이 흡연자 스스로 이뤄지고 있어 의사들의 적극적인 금연권유가 절실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