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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정지 종금사 고객들,새벽부터 "예금 내달라" 항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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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2일 9개 종금사에 업무정지 명령이 내려진데 이어 10일 추가로 업무정지 명령을 받은 5개 종금사 본.지점 영업장에는 아침 일찍부터 고객들이 몰려 예금인출을 요구하며 직원들과 승강이를 벌였다.

업무정지 대상이 아닌 16개 종금사에도 고객들이 한꺼번에 예금인출을 요구하는가 하면 환율이 한때 1천6백원선을 돌파한데 따른 불안감으로 시중은행마다 문의전화가 폭주하는 등 '금융대란 (大亂)' 조짐이 일어났다.

◇ 종금사 예금 지불요구 = 정부가 공식적으로 업무정지 명령을 내리기 전부터 대한.중앙.신한.나라.한화종금의 업장에는 고객들이 찾아가 '원리금 지급 약속이행' 을 요구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중앙종금 예금주 趙모 (44.여.서울은평구역촌동) 씨는 "이자를 더 준다고 해서 주택 중도금 4천만원을 맡겼다.

이럴 수가 있느냐" 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친의 퇴직금 4천여만원을 대한종금에 예치했다는 朴모 (26.서울관악구신림동) 씨도 "우리 회사만은 안전하다는 종금사 직원의 말을 믿었는데…" 라며 불안해 했다.

J.D 등 업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종금사에도 예탁금 인출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줄을 잇는가 하면 하루종일 "어떻게 되는 거냐" 는 문의전화가 폭주, 업무에 큰 차질을 빚었다.

제일종금 이준화 (李俊和) 부장은 "예금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전 간부들이 진땀을 흘렸지만 일부 고객은 막무가내로 예금 인출을 요구했다" 고 말했다.

◇ 외환거래 중지 = 이날 오전 현찰매도율이 달러당 1천6백원선을 넘어서면서 불안감이 확산되자 시중은행에는 유학생 학부모들의 문의전화만 줄을 이을 뿐 외환거래가 뚝 끊긴 채 한산한 모습이었다.

미국 유학생 아들을 둔 주부 具모 (51.서울서초구방배동) 씨는 "유학을 떠난 3년 전보다 환율이 두배 이상 올랐다.

아들이 학업을 마치려면 2년 이상 남았는데 이러다간 유학을 포기토록 종용해야할 판" 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한은행 서소문지점 김혜인 (金惠仁.26.여) 씨는 "하루 평균 30여명이던 환전 고객이 환율폭등 이후 10명 이하로 크게 줄었다.

하루 평균 5건 정도이던 유학생 송금도 최근 한달째 전무한 실정이고 거래 여행사들의 환전요구도 아예 끊겼다" 고 말했다.

◇ 전문가 의견 = 대우경제연구소 이한구 (李漢久) 소장은 "현재 추세라면 내년에는 1인당 국민총생산 (GNP) 이 92년 수준인 7천달러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산업기반은 건실하기 때문에 씀씀이를 줄이고 은행예금을 늘리는 등 전 국민이 위기극복에 힘을 쏟으면 조만간 경제난이 해소될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정제원·최재희·최현철·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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