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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외아들 관리 고민 끝에 “청와대서 함께 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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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 친인척의 관리는 쉽지 않은 과제다. 친인척 비리 엄단을 다짐했다가도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마는 게 그동안의 정치현실이었다. 수많은 친인척을 1대1로 감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막는다고 잘 막아지지도 않는다.

현재 대통령 친인척 관리는 청와대 민정1비서관실에서 전담하고 있다. 행정관 6명이 대략 1200명가량 되는 친인척들을 관리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역부족이다.

박연차 사건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주변이 초토화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도 친인척 관리에 부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 측근들은 “민정수석실 외에도 이 대통령 본인이 집권 초부터 직계가족들의 일탈을 막기 위한 나름의 조치를 해 왔다”고 전했다. 특히 1남3녀 중 막내이자 외아들인 시형(31·사진)씨에 대한 이 대통령의 관리가 특별하다고 한다.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2월 이 대통령의 측근들은 “아들 시형씨는 청와대 관저가 아닌 이 대통령이 과거에 살았던 논현동 자택에서 둘째 누나 부부와 생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30대 초반의 미혼 남성에게 청와대 관저 생활이 너무 가혹한 족쇄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런 설명과는 달리 시형씨는 처음부터 관저에 입주해 살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시형씨가 잠시 독립된 생활을 원한 것은 사실이지만 ‘함께 관저에서 살자’는 이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의 의견을 받아들여 일찌감치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미혼인 막내아들이 밖에서 홀로 생활하면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오해나 구설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이 대통령이 관저 생활을 강하게 권유했다는 것이다. 시형씨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2002년 시장 집무실에서 거스 히딩크 당시 축구대표팀 감독과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기념 촬영을 해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이 문제로 이 대통령이 타격을 입자 그는 “앞으로 아버지 주변 100m 이내에는 얼씬도 하지 않겠다”고 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런 경험 때문에 시형씨가 이 대통령의 권유를 쉽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시형씨의 한국타이어 입사에도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 시형씨는 3개월여의 인턴생활을 거쳐 지난해 11월 이 회사에 정식으로 입사했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둘째 아들이자 이 대통령의 셋째 사위인 조현범(37)씨가 이 회사의 부사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으로선 시형씨가 다른 사기업보다 사돈 회사에 입사하는 게 더 마음이 놓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당시 출입기자들에게 “어디를 보내도 문제가 될까 싶어 가장 안전한 곳으로 보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들뿐 아니다. 이 대통령이 셋째 사위 조씨를 불러놓고 호통을 친 적도 있다고 한다. 지난해 여름 조씨가 주가 조작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 대통령이 “왜 오해를 살 일을 만드느냐”며 크게 화를 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최근 검찰은 무혐의로 결론을 낸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이 대통령의 맏사위인 삼성전자 법무팀의 이상주(39) 상무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가 먼저 움직인 경우다. 삼성에 대한 특검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1월 말, 당시 삼성화재 법무팀 소속이던 그는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 일본으로 단기 연수를 떠났다. 부인과 자녀들은 서울에 남긴 채 5개월 가까이 일본에 머물다 특검 수사가 끝난 뒤인 지난해 6월 귀국했다.

“특검 수사 중에 회사에 남아 있으면 회사·대통령·본인 모두에게 부담”이란 판단에서였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당시에는 ‘해외로까지 나갈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차라리 그때 나가 있기를 잘했다’고 여긴다”고 전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게 친인척 관리다. 여러 가지 예비조치에도 불구하고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게 청와대의 고민이다.  

서승욱·남궁욱 기자 ,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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