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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 “특별한 사정” 언급 … 여권과 전면전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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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반격할 카드가 있는 걸까. 있다면 뭘까.

노무현 전 대통령(中)이 1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사저에서 관계자들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김해=안성식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12일 올린 “해명과 방어가 필요할 것 같다”는 글을 놓고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해명’ ‘방어’란 단어를 사용했지만 글 속에는 검찰 수사를 반격하겠다고 해석할 만한 대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저는 박(연차) 회장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을 밝혀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할 것이다”고 한 대목이 그렇다. 스스로 공방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예고했다. “박 회장이 검찰과 정부로부터 선처받아야 할 일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진술을 들어볼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부분이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말한 ‘특별한 사정’을 놓고 민주당 일각에선 “이미 박 회장을 매개로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또는 여권 관계자들과 관련된 의혹을 확보하고 있을 것”이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진실게임은 전 정부와 현 정부가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는 더 큰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 본래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 측의 사람이었다.

박연차 사건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이전부터 노 전 대통령 측이 대비해 왔다는 흔적들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가 현 정부 사람인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과 접촉해 “박 회장은 우리 가족과 같은 사람이니 패밀리는 건드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건 이미 지난해 9월이었다. 건평씨가 구속된 건 그러고도 한참 뒤인 12월 초다.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13일 “검찰 수사에 대비해 우리도 관련 자료를 정리해 왔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도 노 전 대통령의 반격 카드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민주주의 수호 및 공안탄압 저지특위’ 관계자는 “박연차씨가 구속되기 전에 노 전 대통령 측에 모든 것을 털어놨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그중엔 여권의 2007년 대선 자금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노 전 대통령 측은 반격 카드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김경수 비서관은 “이미 대략적인 사실관계를 밝혔음에도 언론에서 검찰의 말을 인용해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하니까 이를 바로잡으려 쓴 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친노 인사들 사이에선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지 않으냐”는 주장도 있다. 문재인 전 비서실장도 “추가적인 사실관계를 밝힐 다른 경로나 방법이 있다면 강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겨냥한 반격의 대상에는 언론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그는 글에서 “언론들이 근거 없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 놓아서 사건의 본질이 엉뚱한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다”고 적었다.

이와 관련해 김 비서관은 “전직 대통령이 명예를 걸고 한 해명과 정반대의 주장, 그것도 검찰이 공식 확인을 한 것도 아니고 흘려 준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받아 옮기는 언론의 보도 태도는 문제가 있다”며 “최소한의 균형은 맞춰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그동안의 언론 보도를 모두 모으고 있다”며 “사실관계 규명이 끝나면 근거 없는 보도들에 대해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게 주변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남자가 아내에게 책임 미루나”=노 전 대통령의 대응에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전직 대통령이 부인한테 (책임을) 미루고 아들한테 미루고 하는 것은 구차하다”며 “좀 당당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남자가 자꾸 아내에게 책임을 미루느냐”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불길을 돌리느라 안간힘을 썼다. 노영민 대변인은 “추부길씨는 이상득 의원에게 로비를 했다는데 검찰이 사실관계 확인도 하지 않고 있다”며 “현직 대통령과 그 주변이 다칠까 봐 천신일씨에 대해선 수사를 하지 않는 거냐”고 비판했다.

임장혁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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