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뜨는 필리핀 유학 上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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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유학중인 학생들이 게임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히고 있다.

<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

지난 몇달 새 유학시장은 지각변동을 겪었다. 환율급등에 북미 유학은 제동이 걸리고 유학 중인 학생들도 중도하차하고 돌아오기 시작했다. 최근 환율이 다소 진정 기미를 보이곤 있지만 아직도 힘이 부치는 게 현실이다. 북미 유학 프로그램을 중단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업체도 적잖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음지가 있으면 양지 또한 있는법. 불황의 와중에 오히려 인기가 높아진 프로그램이 있다. 필리핀 조기유학이다.

클래스온의 필리핀 관리형 유학(옛 페르마 필리핀 유학)은 이미 9기까지 진행되고 있다.국내 초대형 영어학원인 아발론이 지난해 진행한 캠프에는 수 백명이 참석했고 관리형 유학 역시 이미 3기까지 예정돼 있다. 한 언론사가 진행하는 캠프도 이미 9기째 모집하고 있는 등 필리핀 유학·캠프 프로그램 대부분이 호황을 보이고 있다.

필리핀으로 유학생들이 몰리는 이유는 프로그램의 효과 때문이다. 필리핀은 1:1과 1:4 소그룹 수업으로 수준별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영어수업도 북미유학의 2~3배인 하루 13시간까지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집중학습효과는 귀국한 아이들의 뛰어난 실력으로 입증되고 있다. 클래스온 김주원 대표는 “필리핀 유학생의 국내 영어전문학원 상위반 진학률이 80%를 넘어서고 있다”며 “이는 미국·캐나다 유학 참가자보다 높은 비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귀국 학생들의 성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단기간에 영어실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필리핀이 각광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필리핀 유학은 방학을 활용한 단기 캠프나 미국·캐나다 유학을 떠나기 전의 경유지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아발론교육 주선화 팀장은 “최근에는 북미유학을 위한 ‘전초기지’로서가 아니라 필리핀만의 조기유학 효과를 기대하는 학부모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귀국 후 아이들의 성적이 훌쩍 높아져 학원 내부에서도 라고 있다”고 전했다.

필리핀 유학이 인기를 끌면서 프로그램도 다양화하고 있다. 클래스온은 입시형 고급유학이 특징. 필리핀 상위 0.1% 미만의 부유층이 사는 알라방에서 하루 13시간 이상 집중적으로 영어 수업을 하는 것이 강점이다. 클래스온은 수학수업은 물론 영어몰입교육에 대비한 미국 교과서 수업 및 주말을 활용한 한국 국어 수업으로 입시유학의 강점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영어전문학원인 아발론유학은 국내에서 이미 검증된 교재 및 커리큘럼을 필리핀 현지에서도 똑같이 적용함으로써 소프트웨어 측면의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유학 이후 국내 복귀 시국내학원에서의 연계수업도 장점이다.

필리핀에 있는 국제학교를 활용한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에듀팝콘은 필리핀 최초의 12년제 미국계 국제학교인 노블레스 국제학교에서 방학을 활용한 캠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국제학교의 장점을 살려 미국·호주·캐나다 교사로부터 영어를 배울 수 있다.

비용 대비 성과’라는 경제논리는 유학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필리핀 유학은 가격경쟁력 우위를 바탕으로 국내 입시 프로그램 강화,교재 및 교육 프로그램의 고급화, 미국식 교육의 접목 등 발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필리핀 유학.이젠 가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프로그램의 옥석을 신중히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프리미엄 라일찬 기자 ideae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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