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를 찾아서] 60년대 초 꺾꽂이 성공 … 전국 조경용 절반 공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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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구마을 김한섭씨가 비닐하우스 온상에 꺾꽂이한 철쭉의 웃자란 가지를 잘라 주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7일 오후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마을. 묘목 농장마다 키 20~40㎝의 철쭉이 가득하다. 크고 작은 비닐하우스 온상에는 철쭉 가지를 7~10㎝로 꺾어 꽂은 것들로 빽빽하다. 이장 김용주(60)씨는 “전체 72가구 중 10가구만 빼곤 철쭉 농사를 짓는다”고 말했다.

철쭉은 품종이 20가지가 넘는데 개화 시기가 이른 남쪽 지방에서는 꽃봉오리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철쭉은 꽃이 화사하고 색깔이 다양하다. 한 나무에서 흰 꽃과 붉은 꽃이 함께 피는 수도 있고, 끝은 빨갛고 속은 하얀 것도 있다. 큰 나무 밑 공간을 채우기에 안성맞춤이어서 아파트 단지나 도로변의 화단 조경에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지역 철쭉이든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학구마을이 원산지다. 이 마을에서는 1960년대 초반부터 철쭉 꺾꽂이를 했다. 기술을 정착시켜 대량 생산에 성공한 사람은 서정수(72)·정권(67)·정현(61)씨 형제다. 서정수씨는 “초기에는 지리산·한라산에서 구한 철쭉 가지를 삽목(揷木)했으나 시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 말라 죽기 일쑤였다. 수차례 시행착오 끝에 65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며 “그 뒤 동네 사람은 물론 이웃에서 기술을 배워갔다”고 말했다.

순천시 서면에는 600여 농가가 철쭉 농사를 짓는다. 7월께 가지를 꺾어 비닐하우스 안 온상에 꽂아 기르다 이듬해 5월께 밖으로 옮겨 심어 2~3년 뒤 판매한다. 요즘 출하가 한창인데 순천산이 전국 물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철쭉을 20년 이상 재배해온 김한섭(61)씨는 “수익이 벼농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다”며 웃었다. 그가 올봄 출하할 물량은 20만 그루다. 올해는 과잉 생산에다 건설경기 위축으로 가격이 그루당 500~600원에 머무르지만 지난해까지는 1200원을 호가했다.

순천시 농업기술센터의 박한주 기술개발담당은 “철쭉 재배 농가가 많지만 수요가 늘고 있어 여전히 전망은 밝다. ‘전국 제1의 철쭉 도시’ 육성을 올해 순천시의 10대 시책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철쭉을 한 번 심은 땅에 다시 철쭉을 심으면 잘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순천시 서면 사람들은 새 경작지를 찾아 외지로 나간다. 전북 완주군 소양면에서도 1980년대부터 철쭉을 많이 생산하고 있다. 완주소양철쭉영농조합법인 최등원(50) 대표는 “전주 상인들이 순천에서 철쭉을 떼어 팔다가 일부를 우리 동네에 심었다. 어깨 너머로 그 기술을 익혀 번식시켰다”고 말했다. 완주에서는 완주 철쭉이 순천에서 생산된 것보다 낫다고 주장한다.  

순천=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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