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온라인 족보 만들기 인기…가족 관념 해체 수준은 심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의 온라인 족보 사이트 '가족'에 올라온 한 집안의 족보 화면.

중국의 '바링허우'(80後ㆍ1980년대 출생 세대)인 창원졔(常文杰)은 최근 지난 100년간의 창씨 집안 족보를 인터넷에 올렸다. 이와 동시에 실물 족보책은 상하이도서관 족보센터에 기부했다.

중국신문사가 운영하는 뉴스사이트 중신망은 9일 창씨와 같이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온라인 족보 만들기 바람이 불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8일 시험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가족’(http://jia.qidian.com)사이트는 누구나 손쉽게 족보를 인터넷에 만들 수 있도록 한 대표적인 사이트다. 13일 현재 벌써 4만867명이 온라인 족보를 만들었다.

이 같은 중국인들의 뿌리 찾기 움직임은 최근 청다문학기점중문망연합(盛大文學起點中文網聯合)이 2만 여명의 네티즌을 대상으로 실시한 족보상황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중 약 70%에 달하는 네티즌이 자신의 성씨 유래와 가족이야기 및 옛 사진 등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에서는 가족 관념 해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네티즌 42.1%가 할아버지·할머니의 이름조차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고, 58.7%의 네티즌들은 족보문화 자체를 잘 모르고 있었다. 또한 70%의 네티즌들이 자기 성씨의 유래를 알지 못했고, 80%는 이름에 돌림자와 같은 족보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가족’ 사이트를 제작한 허우샤오창(候小强) 청다문학 사장은 사이트를 만들게 된 계기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 할머니께선 아흔 살이 넘게 사셨습니다. 돌아가시기 수년 전에 당신의 과거를 글로 남기고 싶다고 하셨어요. 저와 가족들은 이미 연세가 많으신데 굳이 쓰실 필요 없다고 했지요.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후에 크게 후회했습니다. 만일 할머니께서 그때 지난 이야기를 남기셨다면 조상들의 평소 생활 모습을 지금 볼 수 있었을 텐데 하고 말이죠. 그 분들께서 매일매일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이젠 알 수가 없게 됐습니다. 이런 기회는 영원히 다시 안 온다는 것이 애석합니다”

선우경선 중국연구소 kysun.sw@gmail.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