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3당 대선후보 TV합동토론회 총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 7일 밤의 대선후보 TV합동토론회를 지켜본 국민들의 입맛은 개운치 않았을 것이다.

참가한 후보 3명은 1차 토론때와 마찬가지로 경제파국에 대한 책임문제를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정치.외교.안보를 주제로 한 토론이었지만 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경제에 쏠렸기 때문인지 IMF 문제가 토론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내 탓' 임을 말하는 자성 (自省) 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정치적인 책임공방만 지루하게 이어졌다.

이회창 한나라당후보가 "정치권에 몸담은 모두의 책임" 이라고 했지만 한나라당에 쏠리는 눈총을 희석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이인제 국민신당후보의 "야당도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는 발언도 상대적 차별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몸짓에 지나지 않은 듯했다.

김대중 국민회의후보는 "야당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며 '야당 = 무책임론' 을 내세웠다.

'작은 정부' 의 필요성에는 세 후보 모두 공감했다.

그렇지만 공감이 가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후보는 없었다.

이회창후보는 재정경제원의 해체 내지 축소를, 김대중후보는 1년 이내 행정개혁 단행을, 이인제후보는 규제분야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축소를 제안했다.

그러나 그간의 실패한 행정개혁 원인에 대한 분석은 없었다.

그러나 지난 1일의 경제분야 토론때와 달리 세 후보는 정치.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시각과 구체성의 수준에서 비교가 돼 시청자들은 어느 정도 차별성을 감지할 수 있었다.

김대중후보가 제의한 비상경제 거국내각 구성문제에 대해 이인제후보는 찬성을, 이회창후보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치세력간 정쟁 (政爭) 을 자제하고 전국의 인재를 모아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라는 논리에 "허울좋은 얘기일 뿐 책임있는 정책추진이 어렵다" (이회창후보) 는 반박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한국정치의 수준으로 보아 거국내각은 오히려 정쟁을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는 점은 지적되지 않았다.

IMF 문제와 관련, 김대중.이인제후보는 "재협상을 벌여 나갈 것" 이라고 했다.

이에 이회창후보는 "IMF와 분기별로 협상할 때 우리 입장을 반영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재협상은 불가능하다" 고 지적했다.

재협상 운운한 게 오히려 각서 제출을 요구받게 하는 등 문제를 고약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통일 문제에 대해 김대중.이인제후보는 "다양한 외교로 압력을 행사해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겠다" 고 했지만 과연 그런 식의 접근이 실현 가능한지 의문을 낳았다.

"흡수통일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북한에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는 김대중후보의 주장은 "북한체제가 붕괴될 때는 불가피" (이회창후보) , "굳이 그런 메시지를 보낼 이유가 없다" (이인제후보) 는 반론에 부닥쳤다.

김두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