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에서 공격으로 … 펀드의 흐름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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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펀드 투자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일부 경기 지표가 호전된 데 힘입어 3월 중순 이후 세계 증시가 후끈 달아오르자 종전의 방어 위주의 전략에다 공격적인 전략을 가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초만 해도 전문가들은 주가가 더 떨어질 것에 대비해 공격보다는 방어, 모험보다는 안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본지가 지난 1월 초 국내 13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올해 투자 유망한 펀드를 추천받았을 때도 확인됐다. 당시 대부분 증권사는 하락장에서 강한 가치주 펀드와 채권형 펀드를 추천했다. 이에 따라 가치주 펀드에 강한 신영투신의 상품들이 대거 추천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 10일 6개 주요 증권사가 내놓은 추천 펀드의 명단은 그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채권형 펀드는 자취를 감췄다.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경쟁적으로 취한 금리인하 조치가 일단락됐고 안전자산 선호도가 옅어지면서 채권 가격 오름세가 꺾였기 때문이다. 물론 가치주 펀드인 신영투신의 밸류고배당과 마라톤주식형 펀드, 신한BNPP운용의 톱스밸류주식형 펀드도 끼어 있었지만, 가치주 펀드가 주류를 이루지는 못했다.


오히려 공격적으로 주식을 운용하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칭기스칸주식형 펀드가 인기몰이를 했다. 이 펀드는 이름에 걸맞게 시장 상황에 따라 역동적으로 운용되는 펀드로 알려져 있다. 또 국내 업종 대표주에 투자해 적극적으로 운용되는 미래에셋드림타겟펀드도 지금의 시장 상황에 걸맞은 펀드로 꼽혔다. 2분기 유망 펀드로 이름을 내민 것은 대체로 공격적인 운용 스타일에 따라 움직이는 펀드가 많았다. 우리투자증권 재무컨설팅부 조한조 연구위원은 “위험자산에 대한 두려움이 최근 크게 줄어 현재의 가치보다는 미래의 성장성에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9일 ‘2분기 베스트 컬렉션 펀드’를 발표하며 성장형 펀드와 가치주 펀드의 비중을 2대1로 제시했다.

해외 펀드에서도 변화는 뚜렷했다. 1월 초만 해도 대부분 증권사들이 국내 펀드를 추천했을 뿐, 해외 펀드를 자신 있게 추천한 증권사는 드물었다. 기껏 나온 해외 펀드는 프랭클린템플턴운용의 글로벌 채권형 펀드였다. 중국 펀드를 추천한 증권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당시만 해도 중국 증시 근처에도 가지 말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탓이었다. 그러나 연초 이후 중국 정부의 강력한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중국 경제가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본토 및 홍콩 증시가 급등했다. 이에 따라 6개 증권사 중 4곳이 중국 펀드를 유망하다고 제시했다.

증권사의 펀드 추천 리스트가 공격적으로 바뀐 사실을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은 원자재 펀드의 등장이다. 증권사들이 이 펀드를 꺼낸 이유는 우선 원자재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분석과 함께 각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 투입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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