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동산 리포트] 팍팍 대출 해줄 땐 언제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요즘 서울 강남권 등지의 다주택자들은 늘어난 증여세 문제로 적지 않은 고민에 빠졌다. 증여세율(금액에 따라 10~50%)은 종전과 변동이 없지만 올해부터 증여하는 부동산을 평가할 때 시가로 보는 범위가 넓어진 때문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증여세 과세기준이 강화되면서 요즘 상담 건수가 지난해 이맘때보다 50% 이상 늘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다주택자 증여세 급증에 비상=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49조)에 따르면 부동산을 증여한 날 3개월 전후에 이 부동산과 면적.위치.용도.종목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부동산이 거래된 사실이 있으면 시가로 증여세를 납부하도록 돼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아파트.오피스텔은 상대적으로 거래가 잦아 비교할 수 있는 가격이 쉽게 파악되므로 올해부터 증여세와 상속세는 시가를 기준으로 내야 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증여세를 실거래가로 납부할 경우 강남권 아파트 기준으로 세금 부담액이 기준시가 납부 때보다 많게는 2배 늘어난다.

실제로 3년 전 서울 강동구 25평형 재건축아파트를 2억8000만원에 매입한 다주택자 A씨가 지금 자녀에게 시가로 증여(시세 4억원)할 경우 세금 부담은 5760만원에 달한다. 기준시가로 증여세를 낼 때의 세금 부담액(3060만원)보다 2700만원 증가한 것이다.

다만 거래가 많지 않은 단독.다세대.다가구주택, 상가.토지를 증여할 때는 종전처럼 기준시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세무서 관계자들은 본다. 서울 강남세무서 관계자는 "납세자들이 유사 부동산 거래 사실을 파악하기 힘든 경우 시가로 굳이 납부하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빚 떠안는 조건으로 증여하면 절세=일반적으로 자녀에게 재산 전체를 증여하기보다 부모 명의의 대출금(빚)을 자녀가 승계하는 방법으로 증여(부담부 증여)하는 게 세금 부담이 덜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부담부 증여 때 이 대출금은 양도세(세율 9~50%)로 부모에게 세금을 매기고 대출금을 뺀 부동산 가액은 자녀에게 증여세를 부과한다. 한 세목당 금액이 많을수록 세금을 많이 매기는 누진세를 적용하는 점을 감안할 경우 부담부 증여는 세금 분산 효과가 있는 셈이다. 정진희 세무사는 "대체로 증여 대상의 부동산 가격이 높은 경우 부담부 증여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1가구 3주택 이상 보유자가 올해 보유 아파트를 처분할 경우 증여보다 양도하는 게 세금 부담이 덜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박정현 세무사는 "재산 규모가 10억원 이하로 증여세 부담이 과중할 경우 자녀와 배우자에게 상속하는 방법으로 비과세를 받는 게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녀에게 상속 때 5억원, 배우자가 생존해 있을 경우 추가 5억원(총 10억원)까지 상속세 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 조심=국세청 관계자는 "올해부터 관련법이 개정됐는데도 아파트 증여세를 기준시가로 따져 내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사실이 적발될 경우 차액을 추징당하고 납부불성실 가산세(매일 세액의 1만분의 3)도 내야한다"고 말했다.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직장이 있는 성인으로서 무주택자 등 일정조건을 갖추는 게 좋다. 이우진 세무사는 "집을 증여받은 자녀가 3년을 보유하지 않고 매도할 경우 우회 양도로 간주해 부모에게 양도세를 별도로 물리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박원갑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