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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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호 02면

눈부신 날입니다. 천지가 하얗게 밝았습니다.
꽃비 날리는 화개 벚꽃길을 걸었습니다. 벅찹니다.
시절의 오고감을 항상 설레는 마음으로 담습니다.
세상이 참 고맙습니다.
어찌 이리 밝은 세상이 열렸는지 모르겠습니다.
10년 전, 온 나라가 ‘세계화’ 깃발을 들어 올릴 때
희망이 보이지 않아 도시의 삶을 접고 자연에 몸을 기댈 마음으로 지리산에 내려왔습니다.
생각이 들면 실행은 단순, 무식입니다.
그 당시 산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려온 이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레 ‘공포의 마실단’을 조직, 들로 산으로 쏘다녔습니다.
신나게 지리산을 즐겼습니다. 그 무렵 친구들과
보름달 밤 화개 벚꽃 길을 걸었던 일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벚꽃 길은
여전히 가슴 설레는 길입니다.
감사한 이 시간, 느린 걸음으로 꽃길을 걷습니다.
앞선 꽃놀이패들의 발걸음도 참 가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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