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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거래 퇴임 직전에 집중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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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지난 20년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제적 후원자 역할을 해 왔다.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정치 활동을 시작하던 1988년이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13대 총선 출마 자금이 필요했고, 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 부탁을 받고 경남 김해시 한림면 임야를 4억5000만원에 사 줬다. 그로부터 20년 뒤 ‘대통령 노무현’에게도 돈을 건넸다.

노 전 대통령에게 박 회장은 써도 써도 줄지 않는 ‘화수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로 두 사람의 만남은 ‘악연’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전달한 돈을 모두 ‘포괄적 뇌물’로 보고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특히 박 회장의 사업과 관련된 반대급부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박 회장, 노무현 정부에서 급성장=박 회장의 사업은 노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중 괄목할 정도로 성장했다. 2005년 10월 김해에 1400억원을 들여 조성한 골프장 정산CC를 개장했다. 다음 해 5월엔 농협의 알짜 자회사로 꼽히던 휴켐스를 1455억원에 인수했다. ‘나이키’ 신발 제조에 주력하던 태광실업이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것이다.

2008년 3월 베트남에서 30억 달러 규모의 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수주하는 등 해외 사업도 성공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든든한 배경이 있다는 등의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검찰 조사 결과 박 회장의 전방위 로비는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박 회장은 정대근 전 농협 회장에게 뒷돈을 건네고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관련 미공개 정보를 얻어 259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휴켐스 인수에서도 건평씨를 통해 로비를 하고 정 전 회장에게 250만 달러를 건넨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퇴임 직전 로비 집중 이유는=로비의 마지막 대상은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이었다. 박 회장과 노 전 대통령 측의 돈거래는 노 전 대통령 퇴임 직전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시작은 집권 마지막 해인 2007년 6월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100만 달러를 건넨 것이다. 이어 퇴임 사흘 전인 2008년 2월 22일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 명의의 투자 회사에 500만 달러를 송금했다. 그 다음 달에는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 건립비용 명목으로 15억원을 빌려 줬다.

검찰은 이 같은 돈거래들이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준비와 관련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이 퇴임 6개월 전인 2007년 8월 서울 S호텔에서 노 전 대통령의 또 다른 후원자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는 정상문 전 비서관과 ‘3자 회동’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이 회동 후 강 회장은 봉하마을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봉화를 설립해 70억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정효식·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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