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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맥주 2.2리터에 쓰러진 장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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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과학으로 보는 삼국지
이종호 지음, 북카라반
430쪽, 1만3800원

제목대로 동양의 고전이라는 『삼국지』에 ‘과학적 설명’을 시도한 책이다. ‘역사와 과학의 행복한 만남’을 시도한 것으로 읽힌다.

용맹하기로 이름난 장비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주당 1%’다. 결국 과음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진 틈에 부하 범강과 장달의 칼에 찔려 죽는다. 그는 대체 몇 리터의 술을 들이켰던 걸까. 8척의 키에 장대한 기골, 현대인이라면 180센티미터에 90킬로그램쯤 됐을 거란다. 혈중 알코올 농도까지 고려해 계산해보니 요즘 술로 치면 맥주 2.2리터? 청주 0.83리터? 왠지 좀 적은 것 같은데, 역시 그도 영웅이기 전에 사람이었던 거다.

이번 건 좀 징그럽다. ‘생전에 남달리 몸이 비대하던 동탁은 죽어서도 유난히 크고 기름졌다. 그의 배꼽에 심지를 박아 불을 켜서 등(燈)을 만들었더니 이글이글 며칠 밤을 두고 탔다.’ 거짓말 같은 묘사다. 다산 정약용의 살인사건 기록 『흠흠신서』부터 20세기 미국서 일어난 의문의 ‘인체 발화’까지 줄줄이 읊는 걸 보니 삼국지 속 이야기가 마냥 거짓인 건 아닌가 보다.

명의(名醫) 화타는 중병에 걸린 관우의 살을 도려내고 뼈를 긁어 낫게 했다니, 이게 사실이라면 유럽보다 무려 1700년 앞서 외과수술을 감행한 셈이다. 그런데 궁금한 건 따로 있다. ‘화타가 한쪽 팔을 째고 수술하는 동안 관우는 다른 한 팔로 바둑을 두었는데, 뼈를 깎는 소리가 주변까지 들렸다.’ 현대 의학에서 마취제를 처음 사용한 건 1840년대라니까, 사실은 시술이 아주 미미했을 가능성이 높단다. 중국 특유의 과장이 탄로나는 대목이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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