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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싱글끼리 도란도란] 블랙데이, 자장면이 무슨 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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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젊은이들 사이에서 4월 14일은 ‘블랙데이’로 통한다. 짝 없는 싱글들이 홀로 자장면을 먹는 날.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3월 14일 화이트데이에 비하면 그 의미가 우울하다.

어떻게 붙여진 이름인지 이유는 분명치 않다. 일반적인 추측은 두 달에 걸친 사랑타령 덕분에 우울한 숫자인 4가 두 번 겹쳤으니 얼떨결에 블랙데이가 됐을 거라는 얘기다.

아무튼 이맘때면 중국집만 손해를 보고 있다. 싱글들의 화풀이 음식으로 비쳤으니 일부러라도 그날은 자장면을 피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한편에서는 블랙데이를 ‘당당하게 싱글데이를 즐기자’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굳이 블랙이라는 어두운 색상을 콕 집어 표현한 데는 싱글들의 우울함을 강조하려는 혐의가 짙다.

“서른이 넘은 여자가 남자를 만나기는 원자폭탄을 맞기보다 어렵다”는 대사로 유명한 ‘파니핑크’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관 옆 철학카페』의 저자 김용규씨는 책에서 ‘파니 핑크’의 철학적 주제를 ‘자기애’로 잡았다. 그리고 정신분석학자인 에리히 프롬의 말을 빌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씨의 말을 정리해 보면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우울해하는 이기심보다는 ‘나를 사랑하는 마음’인 자기애가 싱글들에게는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니 상업주의에 편승한 ‘무슨무슨 데이’ 때문에 우울할 이유가 없다. 애써 당당함을 역설할 필요도 없다. 싱글인 지금의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면 그뿐. 내가 변하면 나를 둘러싼 운명도 변한다고 했다. 자, 이제 자장면 맛있는 집이나 찾아보자.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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