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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권양숙 여사 이르면 내주 소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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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이르면 다음 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62) 여사를 먼저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8일 알려졌다. 권 여사를 상대로 박연차(64·구속) 태광실업 회장의 돈을 정상문(63)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받은 경위를 파악한 뒤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정 전 비서관이 정대근(65·구속) 전 농협 회장에게서도 1억원 안팎의 돈을 받은 혐의를 밝혀냈다. 이 돈 중 일부가 권 여사에게 건네졌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에 대해 특가법상 뇌물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 전 비서관이 받은 박 회장 돈은 3억원 이상으로, 노 전 대통령 측이 받은 돈과는 별개인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부부가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받은 박 회장 돈은 10억원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이 사과문에서 돈을 받은 일시와 장소·금액 등을 정확히 밝히지 않아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것이 포함됐는지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말하고 있는 돈이 어떤 것을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이날 박 회장 돈의 사용처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해당 내용들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라며 “적당한 시점에 모든 의혹에 대해 밝힐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일단 검찰의 수사 결과 등을 좀 더 지켜본 뒤 노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거나 또는 비서관을 통해 해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노 전 대통령이 사과문에서 밝힌 ‘빚’을 재임 중 재산신고 때 누락한 이유에 대해 “재산 변동 신고에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사실관계가 다른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박 회장에게 빌린 15억원은 사저 신축 비용에 쓰였으며, 사적인 채무·채권관계여서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차용증에 연리 7%를 주기로 하고 1년 뒤인 올 3월 갚기로 돼 있지만 아직 상환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증거인멸 우려=검찰은 노 전 대통령 측이 검찰 조사에 대비해 각자의 진술을 맞추고 있는 정황을 확보했다고 한다. 홍 기획관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급히 정 전 비서관을 체포했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이 최근 노 전 대통령의 거처인 김해 봉하마을에 여러 차례 방문했다는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은 7일 검찰에 체포된 뒤 일관되게 개인이 받아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노 전 대통령의 사과문 발표 소식을 전해 듣고선 “최근에 노 전 대통령을 만나 이 일에 대해 얘기했고, 노 전 대통령이 크게 놀랐다”고 진술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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