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진 오거스타 … 누가 웃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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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진 앞으로’를 외치며 공격만 하던 마스터스가 후퇴를 시작했다.

8일(한국시간) 한 여성 갤러리가 연습 라운드를 지켜보는 사이 생후 7개월 된 아이가 무료한 듯 딴 곳을 쳐다보고 있다. [오거스타(미국 조지아주) AP=연합뉴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미국 조지아주)의 코스 전장은 선수들의 샷거리 증가에 맞춰 늘어나기만 했다. 2002년 6985야드였으나 이후 460야드나 늘어나 지난해엔 7445야드가 됐다.

그러나 9일 밤(한국시간) 개막하는 올해 대회에선 전장이 10야드 줄었다. 오거스타 골프장의 전장이 줄어든 것은 28년 만이다. 자존심 때문에 감소 폭은 크지 않지만 의미 있는 변화다. 타이거 우즈는 “오르막인 1번 홀에서 줄어든 10야드 때문에 언덕 위의 평탄한 라이에서 칠 수 있어 큰 변화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날씨가 나쁘면 추가로 20야드를 더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이 거리 늘리기에 나선 것은 “코스가 처음 만들어질 때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논리였다. 현대 골퍼들은 큰 키와 발전된 장비로 장타를 치기 때문에 파 4홀에서 웨지샷이 승부를 가르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코스를 만든 골프의 성인 보비 존스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1930년대에 선수들이 7번 홀에서 5번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했다면 지금도 5번 아이언으로 칠 수 있도록 거리를 늘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거리를 늘린 것이 오히려 마스터스의 전통을 앗아갔다”는 비판도 거셌다. 우즈는 “그린이 빠르고 작아 롱아이언으로 공략하면 버디를 할 홀이 없다. 버디나 이글을 해 관중의 함성이 나올 기회가 줄었다”고 말했다.

마스터스의 수많은 드라마를 만들었던 후반 9홀 중 파5 홀(13, 15번)의 신비가 사라졌다는 비난도 나왔다. 거리가 늘어나면서 선수들은 2온을 시도하지 않고 레이업을 했는데 웨지 경쟁을 없애려 한 변화가 가장 드라마틱한 홀에서 웨지 경쟁을 만들었다는 것은 아이러니였다.

실제로 2007년과 2008년 우승자인 잭 존슨과 트레버 이멜만은 비교적 단타자였다. 두 선수는 후반의 두 파 5홀에서 한 번도 2온을 시도하지 않았고 또박또박 드라이버와 레이업, 정확한 웨지로 그린재킷을 입었다.

우즈가 연습라운드에서 스윙코치 행크 헤이니와 상의하고 있다(사진左). 리 웨스트우드 가 칩샷을 가다듬는 사이 (中) , 최경주는 벙커샷을 하고 있다. [오거스타 AP·AFP=연합뉴스]

마스터스는 잭 니클라우스(6회), 우즈(4회), 아널드 파머(4회), 필 미켈슨(2회) 등 수퍼스타가 가장 많이 우승한 메이저 대회다. 모험을 즐기는 호쾌한 특급 선수의 우승이 많았던 마스터스가 거리를 늘리면서 B급 선수들의 손에 넘어갔다는 비판은 조직위로서는 뼈아팠을 것이다.

한편 “올해 그랜드슬램을 노리겠다”고 선언한 우즈는 10일 오전 2시52분에 티오프한다. 최경주(나이키골프)는 오전 2시30분, 재미 교포 앤서니 김은 오전 3시3분, 뉴질랜드 교포 이진명은 작년 우승자 이멜만과 오전 2시41분 출발한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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