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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랜 있으면 세계로 ‘통’한다 … 이동 인터넷전화 공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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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회사원 김모(25·서울 논현동)씨는 요즘 미국 애플사의 MP3 플레이어 아이팟터치로 미국 유학 중인 친구와 무료 국제통화를 즐긴다. 그것도 서울 강남대로를 유유히 활보하면서. 4억500만 가입자를 가진 세계 최대 인터넷전화 업체 스카이프가 아이팟터치(2세대)와 아이폰 전용 음성통신 프로그램을 2일 선보인 것이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이 프로그램을 내려받으면 국내외 스카이프 가입자와 이동 중에도 무료로 통화할 수 있다. 물론 무선 랜(와이파이)이 있는 지역이어야 한다. 그는 “강남 지역엔 무선 랜이 잡히는 곳이 많아 큰 불편 없이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요금 싼 편인 인터넷전화가 드디어 이동통신의 영역까지 치고 들어왔다.

◆국내에서도 아이팟터치로 가능=스카이프는 1월 안드로이드폰 용도의 프로그램 출시를 시작으로 4개 제조회사 5종의 단말기에서 쓸 수 있는 모바일 인터넷전화 애플리케이션을 연내 내놓는다. <표 참조> 이 중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 가능한 건 아이팟터치뿐이다. 그러나 블랙베리와 아이폰 사용자가 많은 북미·유럽 지역에선 이미 이동통신회사와 스카이프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스카이프의 모바일 인터넷전화는 가입자 간 무료 통화가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일반 유선·이동 전화와 통화할 때 요금도 저렴하다. T모바일·AT&T 등 세계적 이통사들이 모바일 스카이프의 확산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연유다.

단말기 제조업계는 일단 이런 이통업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핀란드 노키아, 캐나다 림, 대만 HTC 등은 단말기에 스카이프 프로그램을 깔더라도 로컬 영역에선 모바일 인터넷전화를 쓸 수 없도록 제한했다. 즉 각국 내에서는 무조건 와이파이가 아닌 이통사의 3세대망을 통해서만 통화하도록 한 것. 하지만 국제통화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령 미국의 모바일 스카이프 사용자가 영국의 스카이프 가입자에게 전화를 걸면, 미국 내 이동통신망 사용료만큼만 통화료를 내면 된다. 설사 영국 수신자가 스카이프 가입자가 아니라 해도 이통사 로밍요금보다 훨씬 싼 스카이프 국제전화료만 추가 부담하면 된다. 애플 아이폰과 아이팟터치에는 그나마 이런 제한조차 없다. 다급해진 이통업계는 아이폰과 관련해 자체 제한 조치를 취했다. T모바일은 5일 “트래픽 과부하를 초래할 수 있다”며 모바일 스카이프 사용 금지를 결정했다.


◆이동통신료 인하 효과 기대=그럼에도 세계 각국의 앱스토어 이용자들은 앞다투어 모바일 스카이프 프로그램을 내려받고 있다. 옥션 스카이프 사업부의 배동철 본부장은 “앱스토어 진출 이틀도 되지 않아 다운로드 수가 100만 회를 넘었다”고 전했다. 인텔·구글 등이 참여하는 ‘유럽 인터넷전화사업자모임(VON)’과 미국의 인터넷 개방 운동단체인 ‘프리프레스’ 등도 “이통사들의 모바일 인터넷전화 사용 제한 조치는 부당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르면 하반기에 아이폰·안드로이드폰·노키아폰이 들어올 전망이다. 배 본부장은 “그럴 경우 국내에서도 모바일 스카이프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서비스가 얼마나 활성화될지는 국내 이통사들의 대응에 달렸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렇지 않아도 방송통신위원회는 무선 초고속인터넷인 와이브로 서비스에 ‘010’ 번호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될 경우 국내 이통사들은 모바일 스카이프뿐만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이동 인터넷전화인 ‘와이브로폰’과도 경쟁해야 한다.

이나리 기자

◆와이파이(wi-fi)=무선접속장치(AP)가 설치된 곳의 일정 범위 안에서 초고속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근거리통신망(LAN). ‘무선 랜’이라고도 한다. KT의 네스팟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관련 설비만 있으면 실내외 상관없이 이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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