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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 되찾은 이라크] 경제가 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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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주권 이양 이틀째를 맞은 29일 저항세력의 대대적 공세는 없었지만 산발적인 공격은 그치지 않았다. 미군 군용 차량들이 지나가던 바그다드 도로변에서 이날 폭탄이 터져 미군 3명이 숨졌다. 북부 키르쿠크에서는 도로 매설 폭탄이 터져 출근 중이던 쿠르드족 경찰간부 1명이 다쳤으며 마흐무디야에서는 무장괴한들이 경찰서를 습격해 경찰관 1명 등 2명이 사망했다.

이라크 임시정부의 최대 과제는 전후 복구와 재건 작업이다. 재건작업이 활발해야 치안 회복도 빨라진다. 물론 조속한 치안 회복이 활발한 재건작업을 도울 것이다. 따라서 저항.테러세력의 방해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일자리를 달라="먹고 살 수 있어야 나라 걱정도 할 것 아니냐." 사담 후세인 정권하에서 유엔 경제제재에 시달리고 전쟁마저 겪은 이라크 서민들의 심정이다. 상당수 이라크인은 주권 이양이나 총선에 관심 없다. 전후 통치 1년2개월 동안 살 길을 찾지 못한 가장들이 부지기수다.

지난해 5월 1일부터 전후 복구 및 경제 재건을 담당한 연합군 임시행정처(CPA)는 최근 성과를 발표했다. 전쟁 직전 수준인 하루 250만배럴 원유생산, 4000㎿의 발전량, 실업률 50% 감소, 2500개 학교 재건, 300만 어린이 소아마비 백신 접종 등등.

그러나 수긍하는 이라크인들은 드물다. 많은 이라크인은 요즘 섭씨 50도가 넘는 불볕더위를 냉방 없이 견디고 있다. 바그다드엔 아직도 파괴된 건물이 널려 있다. 거리엔 구걸하는 어린이들이 넘친다.

"CPA의 재건작업은 이라크인들을 만족시켜주지 못했다"고 28일 알자지라 방송에 등장한 이라크 정치분석가 리카 마키는 지적했다. "실업자가 된 전직 군인, 공무원이 저항 세력과 범죄집단에 많이 들어갔음을 이야드 알라위 총리는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약한 재건 주체=해체된 CPA 책임자 폴 브리머 행정관은 5분 만에 주권을 넘겨주고 공항으로 직행했다. 그러나 임시정부가 넘겨받은 정도의 주권만으론 전후복구와 경제재건에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임시정부의 수명은 앞으로 7개월. 그동안 치안유지를 하며 선거를 끝내야 한다. '한시적 관리자'일 뿐이다. CPA가 제정한 법률을 수정할 권한도 없다. 연 100억달러(12조원) 규모의 석유 수입에 대한 지출권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존 네그로폰테 대사 휘하의 미 대사관이 재건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니다. 미국은 ▶치안 유지에 대한 기여▶약속한 200억달러 이라크 재건기금 집행 등 두 가지 역할에만 집중할 예정이다.

결국 임정은 CPA가 설정한 전후 복구와 경제 재건 틀을 벗어나지도 못하는 데다 미 대사관의 간섭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효과적인 재건 작업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재건 방해=저항세력과 테러집단의 파괴활동을 통한 '외국인 내쫓기' 작전도 재건을 방해하고 있다. 저항세력은 송유관을 노린다. 재건 자금원인 석유 생산.수출이 잇따른 송유관 파괴 테러로 막대한 차질을 빚어 6월 한달간의 피해액만 7억5000만달러다. 저항세력은 앞으로 더 자주 원유시설을 노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연말까지 하루 원유생산량을 300만배럴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임정의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얘기다. 또 무차별로 외국 기업인을 납치해 재건에 참여하는 외국 인력과 자금줄을 막아버린다는 것도 반군의 전술이다.

암만=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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