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 구하러 임창열 부총리 방일…한국은행 보유고도 한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외환사정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임창열 (林昌烈) 부총리가 28일 일본 대장상과의 협의를 위해 급거 방일하는등 정부가 직접 외화조달에 나서고 있다.

이달초부터 외화 조달길이 막혀 한국은행의 지원으로 고비를 넘겨온 금융기관들은 한은의 외화보유고가 갈수록 줄어드는데다 외국 금융기관들이 기존 대출금마저 회수하는 바람에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은 외환위기를 막기위해 국제통화기금 (IMF)에 다음달 8~10일께 자금지원이 이뤄지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며, IMF도 이에 원칙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위해 방한중인 IMF조사단은 자금지원을 위한 실사를 내주말까지 매듭짓는 한편 미셸 캉드쉬 총재가 조만간 직접 방한,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자금지원 시기및 규모를 최종 조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林부총리는 28일 미쓰즈카 히로시 (三塚博) 대장상을 만나 자금지원을 요청하고 일본이 우리 금융기관 대출한도를 줄이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구체적인 자금지원 요청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1백억~2백억달러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조달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8일 금융계에 따르면 미국 뱅크 오브 아메리카 (BOA).일본 후지은행.독일 웨스트 LB은행등은 최근 산업은행에 더 이상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고 통보해왔다.

특히 후지은행을 비롯한 일본계 은행들은 자신의 외화자금난을 이유로 외환은행등 시중은행에 거래중단 사실을 통보하면서 "국내 사정으로 자금을 회수할 수밖에 없다" 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함께 미국에 이어 독일.싱가포르 금융당국도 한국계 금융기관들에 자국에서 조달한 외화를 한국에 송금하지 못하도록 지시했다.

현재 많은 외국 금융기관들은 국내 개별 금융기관의 신인도에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거래를 중단하고 있으며, 기존 대출금도 만기가 되면 잇따라 회수하고 있다.

여기에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들도 국내 기업을 불문하고 사실상 대출을 중단한 상태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통상적인 경영활동마저 일부 마비되는등 어려움을 격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IMF 자금지원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 있다" 며 "다음달초에 IMF의 자금이 충분히 공급돼야 현재의 외화위기를 넘길 수 있다" 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외화난을 반영, 28일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며 29일자 기준 대미 달러 환율은 전일비 51원50전 오른 1천1백63원80전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박의준.고윤희.고현곤 기자, 도쿄 = 이철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