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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위대 50년] 이라크 파견…'방어 전념' 틀 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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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 자위대가 7월 1일로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가로서 일본은 무력 보유를 금지한 헌법에 따라 군사활동에 제약을 받아왔으나 국제정세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안보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자위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본다.

육상자위대를 총지휘하는 마사키 하지메(先崎一) 막료장(참모총장에 해당)은 지난 2월부터 점심 약속을 하는 법이 없다.

매일 낮 12시30분 방위청 3층의 집무실에서 화상 보고를 받기 때문이다. 상대방은 이라크 사마와에 파견된 자위대원 600명을 지휘하는 이마무라 유키(今浦勇紀) 일좌(대령급). 방위청 관계자는 "현지시간에 맞춰 매일 상황을 챙기는 것은 그만큼 파견부대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라크 파견은 자위대 50년 역사에 가장 중요한 일이다. 오로지 방어에만 전념한다는 헌법의 '전수방위'정신에 따른 해외 파견 금지 원칙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파견대의 주임무는 재건지원 활동이지만 전투 발생 가능성이 커 장갑차, 110mm 개인용 대전차포, 84mm 무반동포 등으로 중무장했다.

캄보디아.시리아 등지에서 유엔평화유지활동(PKO)에 참가한 것과는 규모와 작전 내용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1991년 걸프전 때 다국적군 참가를 요청받았지만 헌법을 핑계로 파견을 거부한 것과는 180도 자세가 바뀐 것이다. 자위대의 행보에 족쇄를 채워 온 헌법 규정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자위대가 군대냐 아니냐"의 문제는 더 이상 일본 사회의 논란거리가 아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는 "자위대는 누가 봐도 어엿한 군대"라며 "그럼에도 헌법에서 무력 보유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뭔가 이상하지 않으냐"고 개헌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4년 전 의회에 헌법조사회를 설치하면서 표면화된 개헌론은 이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 자민당은 물론 제1야당인 민주당도 각각 내년까지 독자적인 개헌안을 내놓겠다고 공약했다. 이 때문에 "향후 5년 안에 헌법 개정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개헌 논의에 편승해 방위청이 꼭 실현하겠다는 과제가 하나 있다. 다름 아닌 군사법정 설치다. 현행법으론 자위대원은 전투행위 중에 발생한 일에 대해서도 형법에 따라 일반 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돼 있다.

방위청 관계자는 "자위대원이 상관의 명령으로 사격해 상대방을 숨지게 한 경우에도 과잉방어에 해당되지 않는지, 상관의 명령은 정당했는지를 따져 위법 여부를 판단한다"면서 "절대 명령 복종이 생명인 군대에선 있을 수 없는 일로 군사법정 설치는 전투력 향상에 필수조건"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세계 안보 전략이 바뀐 것도 자위대의 위상 변화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 핵, 테러 등이 새로운 위협요소로 부상하자 미국은 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을 영국에 버금가는 주요 안보 파트너로 삼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숙원인 미사일방어(MD)에도 일본을 끌어들였고 자위대의 전력 강화를 용인하고 있다.

남은 쟁점은 집단적 자위권이다. 일본 정부는 여태껏 "주권국가로서 집단적 자위권을 갖고는 있지만 헌법상 행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지켜 왔다.

하지만 개헌론자 중에는 집단적 자위권도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아 치열한 논란이 예상된다.

만약 미.일 안보동맹을 맺고 있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허용되면 미국이 전쟁을 벌이는 곳에는 어디든지 자위대가 '군대'로서 참전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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