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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조 투치 EMC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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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정보가 있는 곳에 우리가 있다(Where information lives)'. 미국 매사추세츠주 홉킨턴시에 있는 세계 최대의 스토리지 업체 EMC 본사 건물로 들어서니 자신감 넘치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EMC는 스토리지 시장을 1990년 처음 개척했고, 지금까지 가장 많이 스토리지를 만들어 팔고 있는 회사다.

국민은행 고객의 방대한 금융자료나 SK 텔레콤의 수많은 통화내역들이 EMC가 만든 스토리지에 담겨 보관된다. 최근 EMC는 하드웨어 위주에서 탈피, 스토리지 관련 소프트웨어.서비스.정보 컨설팅 등 종합 정보기술(IT) 업체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 개념으로 ILM(정보 수명주기 관리, Information Lifecycle Management)을 내세우고 있다.

EMC 측은 ERP(전사적자원관리).CRM(고객관계관리)의 뒤를 이어 앞으로 ILM이 IT산업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ILM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는 EMC의 조 투치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현지에서 인터뷰했다.

-ILM의 의미가 어렵다.

"ILM 개념은 단순하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정보를 단순히 저장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인용빈도, 유효기간, 보존가치 등에 따라 분류하고, 분류된 정보 각각에 나름의 '수명'을 부여해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정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치가 변한다. 또 모든 정보가 똑같은 가치를 가진 것도 아니다. 정보를 '생성→활용→유통→소멸'시기에 맞춰 비용은 줄이면서도 가치는 높이자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사업 강화는 ILM 구현을 위한 것인가

"그렇다. 스토리지 업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정보의 급격한 증가가 스토리지 업체의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해줄 수는 없다. 스토리지 비용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사도 변했다. 스토리지를 구입하는 데 얼마를 쓸지보다 보유하고 있는 스토리지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예컨대 스토리지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신속하게 복구할 수 있는지, 얼마나 철저하게 정보관리를 할 수 있는지가 관심거리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도 일시적인 해결책을 주기보다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ILM 구현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핵심은 인수.합병(M&A)과 연구.개발(R&D)투자다. 지난해 30억달러를 들여 유명 소프트웨어 회사인 레가토.다큐멘텀.VM 웨어를 인수했다. 이들의 핵심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EMC는 토털 스토리지 업체로 거듭나고 있다. 여기다 우리는 매년 매출의 12~14%를 R&D에 투자한다. 이는 경쟁사의 10배 수준이다."

-최근 히타치(日立)가 고급형 스토리지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히타치가 일부 제품군에서 선전하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와 겹치는 부분은 많지 않다. 히타치를 경쟁사로 보지 않는다. 2000년 EMC의 매출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의 비중이 76대17대7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54대23대23이 됐다. 종합적인 스토리지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하는 우리로서는 경쟁사를 IBM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의 IT산업을 평가하면.

"한국의 교육열과 엔지니어의 수준을 높이 평가한다. 현재 한국에 EMC의 R&D센터를 세울지를 검토하고 있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중 어떤 부문으로 할지 등을 한국 정부와도 협의하고 있다. 올해 안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본다."

?스토리지=대규모 데이터를 디지털 형태로 저장하는 기업용 대형 저장장치를 말한다.

처음에는 네트워크 주변장치 정도로만 인식됐으나, 인터넷 발전에 따라 대용량 저장장치를 뜻하는 IT 용어로 의미가 확대됐다. 독립된 운영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수십~수백 테라바이트(1테라바이트=1000기가바이트) 규모의 대규모 데이터를 담는다. 1 테라바이트의 데이터 양은 700페이지 짜리 책 100만권 분량이다.

홉킨턴(매사추세츠)=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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