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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성 조숙증 대처 적극적으로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질병관리본부의 한 자료에 따르면, 남아의 신체가 급격하게 자라는 시기가 1998년엔 13세 전후였으나 2007년엔 12세 전후로 조사됐다. 여아도 마찬가지다. 10세 전후(1998년)에서 9세 전후(2007년)로 1년 앞당겨졌다. 청소년의 영양과 발육 상태가 좋아지면서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시기도 그만큼 빨라지고 있다.

 서정한의원의 박기원 원장은 “사춘기가 빨리 나타나는 성조숙증은 성장 기간을 짧게 해 최종 키를 작게 한다”며 “성조숙증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로 성조숙증의 진단 기준으로 삼는 것이 초경 시기다. 여아의 경우 일반적으로 초경 이후엔 키가 5~8cm 밖에 더 자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초경 시기 자체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초경의 시작은 이제 곧 성장이 멈출 것이라는 통보에 불과하다. 여아든 남아든,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시기를 늦추고 성장판을 자극해 더 클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조숙증의 가장 큰 원인은 소아비만이다. 비만으로 체지방률이 높아지면 성호르몬 분비 시기가 빨라진다. 뿐만 아니다. 비만은 호르몬의 내성을 키워 성장호르몬의 역할을 방해한다. 서구식 식생활로 인해 소아비만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태. 따라서 성 조숙증 예방을 위해선 살이 찌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만 예방을 위해선 일단 육류의 지방을 피하고 살코기 위주로 섭취해야 한다. 동물성 단백질은 신체의 15~17%를 차지하는 주요 영양소다. 또한 몸 구석구석에 산소와 영양분을 전달하는 적혈구를 만드는 데도 꼭 필요하다. 비만 예방을 위해 동물성 지방 섭취를 줄이는 것이 아예 고기를 먹지 말라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규칙적인 운동도 필요하다. 운동은 성호르몬 분비 시기를 늦추는 대신 성장호르몬 분비량을 늘리고 성장판을 자극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운동 하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땐 가족이 함께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환경호르몬도 성조숙증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다. 화학물질 중 에스트로겐 계열의 일부 물질이 조기 초경과 성조숙증을 야기한다. 현재 보고된 500여 건의 환경호르몬은 인스턴트 음식, 플래스틱 용기, 화장품, 비누, 세제, 농약 등에서 발견되고 있다. 따라서 환경호르몬 방출이 우려되는 음식은 가급적 먹지 않도록 한다. 아이들이 늘상 접하는 TV와 컴퓨터·비디오 게임도 성조숙증의 원인이 된다. 성적인 면을 암시하거나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장면은 아이들의 성 발달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장판이 닫히는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3세부터 사춘기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아이들은 보통 1년에 4~6cm 자란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호르몬 변화로 인해 이전보다 성장 속도가 빨라진다. 그러므로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이전에 아이가 부쩍 자랐다면 좋아할 것이 아니라 성 조숙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박 원장은 “적어도 3개월에 한 번 정기적인 검진으로 아이의 키를 체크할 것”을 권했다.
▶ 도움말=서정한의원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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