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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회담장 주변…"한국경제 괜찮나" 불신·걱정 쏟아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23일 (한국시간 24일) 의 밴쿠버 (캐나다) 아태경제협력체 (APEC) 회의장 주변 관심도 역시 한국의 금융위기였다.

국제통화기금 (IMF)에 급전 (急錢) 을 애걸하는 지경이 된 한국경제에 대한 불신.걱정.비아냥이 범벅이 돼 한국 관계자들에게 전달됐다.

밴쿠버 무역센터내 프레스센터에서 우리가 자청한 외신기자회견장도 그랬다.

1백개 좌석을 꽉 채우고 20여명이 서서 들을 정도로 회견은 '성황' 이었다.

그런 만큼 답변을 맡은 김기환 (金基桓) 대외경제협력대사.양수길 (楊秀吉)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허노중 (許魯仲) 재경원대외경제국장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金대사가 "단기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에 처했지만 한국경제는 구조적으로 견실하다" 고 설명했다.

일본.영국.미국.필리핀등의 유력지 기자들이 즉각 질문을 던졌다.

먼저 "멕시코가 페소화를 평가절하했을때 5백만명의 대량실업이 있었다.

한국은 어떨 것인가" 라는 질문이 나왔다.

金대사는 "실업률은 2.4~2.7%며, 멕시코같이 되지 않을 것" 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IMF가 돈을 빌려주면서 한국에 구조조정 압력을 할텐데 재벌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될 것이냐. 무엇보다 노조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는등의 물음이 계속됐다.

한국경제의 각 주체들을 믿을수 없다는 투의 이런 질문은 6~7차례 쏟아졌다.

金대사는 "지난해 노사개혁을 통한 진통후에 노조와 근로자는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알고 있다" 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세차례나 "금융위기는 전염병같아서 멕시코.필리핀.태국에 이어 한국까지 왔는데 선진국들이 합심해 여기서 막아야 한다" 고 역설했다.

선진국들이 긴급 수혈해주지 않으면 한국으로 번진 전염병이 다른 나라로 퍼질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우리 정부관계자는 "이것이 金대사의 진짜 메시지" 라면서 "확실히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외국 정부.언론의 한국경제에 대한 불신감은 상당하다" 고 씁쓰레해했다.

金대사가 이런 곤욕을 치르기전 유종하 (柳宗夏) 외무장관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으로부터 "한국이 IMF 자금지원 요청을 너무 국가위신과 관련해 생각할 필요가 없다" 는 위로의 말을 듣기는 했다.

비슷한 시간 APEC현장에서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장 크레티앵 캐나다총리에게 "아시아 경제를 낙관한다" 고 강조하고 있었다.

밴쿠버 =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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