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가 되살아난다]문화·교육 새 터전 곳곳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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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충남공주시우성면내산리 귀산초등교 청산분교장.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간데 없고 미술가들이 붓질에 여념이 없다.

이곳을 창작공간으로 빌린 공주교대 미술교육과 김대열 (金大烈) 교수는 "시설도 좋고 한적한 시골이어서 창작활동에는 그만" 이라며 칭찬이 대단하다.

초등학교 폐교가 늘어나면서 이처럼 폐교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 9월말 현재 전국에서 폐교된 학교는 총1천8백8개교. 이중 매각 등으로 처리가 종결된 것이 7백40곳, 일반 임대가 6백32곳이며 아직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폐교는 4백36곳이다.

일반인들이 폐교를 임대해 활용하는 형태로는 청소년수련시설이 1백7곳으로 가장 많고 교육시설 84곳, 생산시설 80곳 등의 순이며 이밖에 주민복리시설.기업체이용.종교시설.사회복지시설 등으로 다양하다.

임대시설중 비중이 큰 것은 수련시설. 당연히 경치가 좋은 곳에 자리잡은 폐교들의 대부분이 수련장.야영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울산 대송분교의 경우 주변에 대송등대.대송자연공원 등 해안절경과 연결돼 학생야영장으로 인기다.

올해에만 20여개교 3천여명의 학생이 이곳에서 수련회를 가졌다.

강원지역의 경우 특히 수련시설로 활용되는 폐교가 많은 편이다.

도시 인근에 위치한 폐교의 경우는 예술창작공간으로 사용하는 예가 많고 주민들도 이를 가장 반긴다.

경북대 미술대 교수.학생들이 평광현대미술원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공동작업장으로 사용하는 대구동구평광동 평광초교와, 10여명의 화가들이 모여 밀양시 얼음골 근처 옛 가인초등학교 자리에 만든 예술촌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 이같은 추세를 반영, 안동시 예총의 경우 안동시서후면 송강초등학교를 임대해 예술인들에게 무료 창작공간을 제공하는 등 폐교가 새로운 문화생산지로 부각되고 있다.

지자체들이 자체 활용하는 경우도 많아 대구교육청이 오슬초교 (달성군구지면) 운동장을 묘포장으로 활용해 관상수 묘목을 기른 뒤 각급 학교들에 나눠주고 있으며, 부여군은 옥산면 홍연분교장을 '전통민속전수관' 으로 개장해 김덕수 사물놀이패로 하여금 풍물교실로 활용토록 하고 있다.

이밖에 하동군청암면명호리 청암초등 명사분교는 주민들이 죽세공 가공공장으로, 논산시 도곡초교와 청양군 운곡초등교 후덕분교장 등은 고시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교육부는 앞으로 미활용 폐교중 1백71곳은 매각하고 1백55곳은 임대, 그리고 79곳은 자체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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