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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탈출 기미, 지금이 기회” vs “돈 많이 풀린 탓, 기다려라”(2)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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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호 06면

-지금이 주식을 사야 할 타이밍인가.
“지난해 11월에 샀어야 했다. 그때 주식을 산 사람이 진짜 현명한 투자자다. 지금은 현금화할 때라고 생각한다. 다음 상승 기회를 노리는 게 바람직하다.”

‘닥터 붐’ vs ‘닥터 둠’ 지상 논쟁 살아나는 세계경제 지표 어떻게 봐야 하나

-조만간 떨어진다는 얘기로 들린다.
“오름세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다우지수가 최근 한 달 새에 20% 넘게 올랐다. 단기간에 이 정도 올랐으면 너무 많이 오른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지금 주가는 돈의 힘에 의해 오르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가 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돈을 찍어 풀고 있다. 돈을 풀면 주식과 채권·금 등 모든 자산이 오르기 마련이다. 이런 오름세는 오래가지 못한다. 앞으로 다우지수는 10% 정도 추가 상승하는 데 그치지 않을까 싶다.”

-폴 패럴은 6개월 뒤 실물경제 회복을 예측했는데.
“패럴의 주장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늘 ‘지금이 호황이고 주식을 사야 할 때’라고 말한다. 그래서 ‘닥터 붐’이다. 물론 몇몇 경제지표가 좋아지는 듯하다. 하지만 ‘좋아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덜 악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게 회복의 시작이지 않을까.
“경제가 바닥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추락하는 속도가 하락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속도가 떨어지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2007년 이후 주기적으로 경제 둔화 속도가 떨어진 적이 있다. 하지만 대형 사건이 발생하면서 다시 붕괴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같은 돌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인가.
“위기의 원인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내가 보는 위기의 원인은 너무나 많은 빚이다. 가계·정부·기업이 지고 있는 부채 말이다. 미 정부 등이 위기가 표면화하는 것을 지연시키고 있을 뿐이다. 악재가 정부의 힘을 이기고 불거질 수도 있다.”

-어디서 돌발 사건이 발생할 것 같은가.
“이제는 뉴욕의 월스트리트나 런던의 금융 중심지 더 시티의 대형 금융회사가 붕괴할 것 같지는 않다. 나는 채권시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미국 국채시장이 큰 문제다.”

-미 국채 값이 너무 올라 거품이 끼었단 얘긴가.
“값이 너무 뛰고 물량도 너무 많다. 미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채권을 엄청나게 찍고 있는데, 저금리와 안전자산 선호 때문에 채권 값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언젠가 미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데, 실제로 금리가 인상되면 국채 값이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

-많은 나라와 투자자들이 요즘 미 국채를 많이 사고 있다.
“미 국채 값이 급락해 그들의 손실이 커지면 주가에도 재앙일 수밖에 없다. 금리가 오르고 주요 투자자의 손실이 커지면 주가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단, 미 중앙은행이 곧 금리를 인상할 것 같지는 않다.”

-위기의 진앙인 미 주택시장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기존 주택 매매 건수가 느는 반면, 케이스-실러 지수 등을 보면 집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아직 미 주택시장이 안정됐다고 말하기 힘들다. 이 역시 덜 악화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미국 등 글로벌 경제는 언제쯤 회복될까.
“내가 점쟁이로 보이나(웃음)? 미 경제(GDP) 성장률이 바닥을 벗어나는 시점은 올해 말 이후일 것 같다. 하지만 미 성장률이 거품 직전인 2004~2005년 수준에 이르려면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나는 5년 안엔 그런 날이 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국 등 이머징마켓의 주가 전망은.
“앞서 미국 등의 주가에 대해 비관적으로 이야기했는데, 한국·태국·홍콩·대만·일본 주가는 좀 예외적일 듯하다. 나 같은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한국 등의 주가는 너무너무 싸다. 원화 가치가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주가도 급락했다.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는 10년 전인 1998년 수준과 비슷하다.”

-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주가가 10년 전보다 낮다는 말은 그 기간에 한국이 이룬 경제성장·기업 실적 등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현재 주가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적어도 5년은 기다려야 한다. 한국 주가는 지난해 11월 이후 36% 정도 올랐다. 단기적으로 많이 올랐다.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물론 리먼브러더스 파산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중국 경제는 올해 어떨까.
“중국이 올해 8% 성장을 이루지 못할 것으로 본다. 중국은 침체에 빠져 있다. 산업생산과 물동량이 위축되고 수출이 줄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도 감소하고 있다. 중국이 위기에 빠질지는 알 수 없지만 8% 성장은 달성하지 못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중국발 금융위기 가능성은.
“나도 눈여겨보고 있다. 은행권 부실 자산이 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실물경제 침체로 기업들이 도산하고 있는데 부실 자산이 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 부실 자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중국 정부가 공격적으로 개입할 것이다. 사태가 커지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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